‘트랜스포머’ 속편, 긴장하는 충무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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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35면

자동차가 외계로봇으로 변신한다? 이게 웬 애들 장난감 같은 얘기냐 싶지만, 할리우드 영화의 위력은 달랐다.

2년 전 영화 ‘트랜스포머’는 국내에서 흥행 성공을 거뒀다. 20대는 물론 성장기에 로봇·자동차에 열광했던 중년층까지 극장에 불러모았다. 약 750만 명이 관람해 역대 외화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세운 기록(약 6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1000만 관객 영화를 네 편이나 배출한 한국영화 역대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가 개봉한 2007년만 놓고 보면 상황이 좀 달랐다. 전국적으로는 840여만 명이 본 한국영화 ‘디워’가 흥행 1위를 차지했으되 서울 관객 수로는 ‘트랜스포머’가 앞섰다.

그해 흥행상위 10편 중에도 한국영화는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등 3편에 그쳤다. 나머지 7편은 ‘캐리비안의 해적’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등 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속편이었다. 인지도에 힘입어 대개 전편보다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다. 이 중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은 다른 기록도 세웠다. 개봉 당시 무려 9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전국 2000여 개의 스크린 둘 중 하나는 이 영화를 틀었다는 얘기다.

2년 뒤, ‘트랜스포머’의 속편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이번 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들의 높은 관심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홍보차 한국을 다녀간 마이클 베이 감독이 구설에 오른 것도 방증이다. 감독과 주연배우 일행이 비행기 연착 등으로 행사장에 연거푸 지각을 하자 인터넷에는 ‘한국을 무시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은 애국심을 들먹이며 ‘안 보기 운동’도 주장했다.

한국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사정을 짐작한 베이 감독은 곧바로 한국 팬들에 대한 사과문을 e-메일로 보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빗나간 애국심’이라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논란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런 한 차례 소동으로 전초전을 치렀지만, 사실 ‘트랜스포머’ 속편이 몰고 올 진짜 논란은 이제부터다. 우선 몇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느냐가 관심사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벌써부터 스크린 싹쓸이, 다시 말해 독과점 논란이 재연될까 걱정하는 기색이 짙다.

이 논란은 3년 전 ‘괴물’ 때도 뜨거웠다. 이후 스크린 수 제한 등 실효적 조치는 말만 나왔을 뿐 뚜렷하게 진행된 게 없다.

일부 극장은 때맞춰 관람료 인상도 예고했다. 인상 필요성은 그동안에도 거듭 제기됐지만, 관객의 반발을 우려하다 이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시작된 것이다.

‘트랜스포머’ 속편의 최종 흥행성적도 관심사다. 1999년 ‘쉬리’ 이후 최근 10년간 한국영화는 매년 국내흥행 1위를 당연한 듯 차지해 왔다. 한국영화의 침체가 길어지다 보니 이런 전통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화가 연간 흥행 1위를 차지한다면, 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했던 지난 10년을 마감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는 셈이다. 이래저래 ‘트랜스포머’ 속편의 개봉 이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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