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교신 군 기밀 누가 언론에 흘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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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길 국방부 장관(앞)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NLL 침범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청와대는 격분했고, 군은 입을 다물었다. 20일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한 교신내용 '보고 누락' 의혹과 관련, 일부 기밀사항이 언론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국방부 측의 중간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번 사안의 본질이 현장에서의 작전수행 적절성이 아니라 당시 상황이 정확히 보고됐느냐 하는 점"이라며 추가 조사 지시를 내렸음에도 국방부 측에서 기밀이 흘러나간 것을 중시했다. 여론의 관심이 작전수행의 문제로 쏠리도록 호도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지난 14일의 남북 함정 통신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된 데 대해 우려한다"고 '구두경고'를 했다. 국방부는 보도 경위를 자체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추가 조사에서 NLL상 남북한 교신과 관련한 군 내부 보고 체계에 부적절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노 대통령의 결심이 주목된다.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지시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론과 국군을 분열시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심히 우려된다"면서 "국군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이 될 수 있는 만큼 군을 위해 냉정한 보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조사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윤 보좌관은 "북한 측이 지난 NLL 상황과 관련해 지난 15일 전화통지문을 보내온 것은 사실이나 북측 전통문이 조사의 계기가 된 것은 아니며 조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정보기관이 북한의 송신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해 온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앞서 윤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일은 보고책임에 대한 인식 오판, 중요성에 대한 착각, (보고) 시기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오는 23, 24일께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면 문책범위와 강도에 대해 국방부가 청와대에 건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어붙은 군=국방부는 긴장과 우려가 교차했다. 지난주 국방부 일각에서 나왔던 "해군의 작전 성과와 보고 누락 건은 분리해서 판단을 해줘야 한다"던 목소리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을 삼가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 경비정 침범 당시 지휘선상에 있었던 한 군 관계자는 이미 주변에 "NLL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른 쪽에선 "군이 고의적으로 북 함정의 응신 사실을 상부 보고에서 누락시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군이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식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최훈.채병건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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