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오버도퍼-김영희 본사 대기자 전화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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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돈 오버도퍼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국과 아시아문제 전문가다. 그는 25년 동안 워싱턴 포스트지의 외교담당 기자로 활약하면서 깊은 통찰력을 갖고 균형 잡힌 기사를 쓰는 기자로 명성을 날렸다.

지금은 존스 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의 상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언론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에 쓴 '두 개의 한국' 은 한국 현대사에 관한 가장 잘된 저서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두 개의 한국' 의 한국어판은 지난 5월 중앙일보에서 출판되었다.

중앙일보는 그와의 전화대담을 통해 미국이 김대중대통령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알아봤다.

김영희 =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중에서 미국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입니까.

오버도퍼 = 물론 한국의 금융위기와 남북관계가 중심의제입니다. 김대중시대의 한.미관계 틀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져 앞으로 한.미간 모든 문제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빌 클린턴 개인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부담 때문에 클린턴 정부는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 수 없는 처지라서 金대통령으로 하여금 의제를 결정하게 할 겁니다.

金 = 한국의 경제위기는 어떻게 접근합니까.

오버도퍼 = 미국정부는 경제문제에서 말과 상징적인 행동으로 金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와 긴축예산정책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한국에 추가로 자금을 제공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한국을 지원하는 몇가지 방법이 정부 안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91년 중단된 해외민간투자공사 (OPIC) 지원을 부활시키는 방안이 그중 하나입니다.

OPIC 지원을 받게 되면 한국에 투자하는 미국의 민간기업들에 미국정부가 지불보증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한.미간 투자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을 서둘러 미국 기업들의 한국투자를 자극하는 겁니다. 미국이 50억달러를 부담하는 이른바 제2선 지원문제는 필요하면 한국이 그런 자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미국정부 성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대신 미국정부는 金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의회지도자들을 만나는 기회에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이 한국을 파국에서 구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기 바랍니다.

클린턴 정부는 IMF 기금으로 한국과 다른 아시아국가들을 지원하는 문제로 공화당의회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金대통령의 의회방문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金 = 金대통령의 의회연설에 기대가 큽니다.

오버도퍼 = 金대통령은 민주적인 지도자로 널리 알려졌고, 그가 받은 정치적인 박해 때문에 이 나라에서 널리 존경받는 처지여서 그의 의회연설에는 많은 의원들이 참석할 것입니다.

그러나 연설 그 자체보다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의 주선으로 상.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어요. 공화당 극우파인 헬름스 의원이 직접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金대통령이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金 = 金대통령은 지난 2일 뉴욕 타임스지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미국더러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조건없이 해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져 워싱턴이 적지 않게 술렁거렸습니다. 미국정부의 반응은 어떤 것입니까.

오버도퍼 = 金대통령의 북한관계 발언들은 벌써 클린턴 정부의 북한제재 정책에 관한 논의의 방향을 바꿔 놓았어요. 북한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만 경제제재를 추가로 해제한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지금까지의 공식정책이었어요. 그러나 金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의 정책이 더 신축성 있고 전향적으로 바뀔 것 같아요.

미국정부는 金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어떤 말을 하든 간에 9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은밀히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 관리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金대통령의 견해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합니다.

金대통령의 미국 방문기간중 북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엉뚱한 일을 저지르지 않는 한 앞으로 몇달 안에 金대통령이 제안하는 선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 해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경제제재를 당장, 조건없이, 완전히 해제할 가능성은 없어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제재를 풀 수 있는 분야가 약간은 있지만 제재의 대부분은 의회가 법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클린턴정부는 金대통령이 뉴욕 타임스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를 당장, 무조건 해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는 해석하지 않습니다.

한국 외교관들은 미국.일본과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게 그런 해석은 金대통령의 의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국관리들은 金대통령이 뉴욕 타임스를 통해 자신의 정부 (한국정부)에 신호를 보냈다고 믿습니다.

내가 나의 최근 저서 '두 개의 한국' 에서 지적한 것처럼 김영삼 (金泳三) 정부는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김대중정부는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것은 중요한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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