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세월에도 다 아물지 않은 ‘사북의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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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80년 사북사태 당시 광부들에게 폭행을 당한 노조지부장 부인이 사건 주동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19일 피해자 김순이(69)씨가 “사북사태 주동자인 이원갑(69)씨의 2005년 언론 인터뷰 중 한 거짓 내용 때문에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김씨는 당시 광부들의 임금 인상을 막은 노조지부장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광부와 부녀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었다.

이씨는 2005년 8월,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뒤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가 붙들려 묶여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 풀어준 뒤 병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김씨는 붙잡힌 지 3일째 되던 날 사북 부읍장에게 구조됐다. 붙잡힌 날 김씨는 기둥에 전깃줄로 묶여 폭행과 성적 가혹행위를 당했다. 김씨는 아들들의 권유로 2007년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다툼 끝에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인터뷰 중 허위 내용의 게재 등으로 김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거라고 인정할 수 있다. 이씨는 김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씨의 인터뷰로 김씨에게 다소 불쾌한 감정이 생겼다 해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인터뷰 내용은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원지법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김씨의 승소는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대해 이원갑씨는 “ 일부러 김씨에게 상처를 주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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