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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개 공공기관장 해임 건의, 일회성 아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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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획재정부가 117개 공공기관의 운영을 심사한 결과에 따라 한국산재의료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4개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석탄공사와 주택공사 등 17개 기관장에겐 경고 조치를 내리고, 또다시 경고를 받으면 해임을 건의키로 했다. 이 제도가 실시된 25년간 기관장 해임 건의가 단 1건(2001년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공공기관 개혁을 향한 첫걸음으로선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 군기 잡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엄격한 신상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성적이 나쁜 기관에는 가차없이 채찍을 들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에는 성과급 차등 지급을 포함해 다양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개혁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도 벌주기가 아니라 공공 부문 선진화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에 살생부에 오른 공공기관들은 이미 문제가 있다고 지목돼온 곳이 대부분이다. 대개 작은 공기업이나 힘없는 준정부 기관들뿐이다. 더 문제가 많다고 지목돼온 굵직굵직한 공공기관들은 일제히 퇴출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연히 ‘잔챙이’만 걸려들었다는 구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공공기관의 고임금, 노사 간의 짬짜미, 방만 경영이란 고질병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공공기관들은 주인 없는 곳으로 오해돼온 게 사실이다.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기관장의 보신주의와 노조 이기주의가 맞물려 개혁의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엄연히 주인이 있다. 국민이 주인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실적 위주로 평가가 이뤄져야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경영평가가 단순한 점수 매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공공 부문의 경영효율을 높이려면 중복 기능은 과감히 조정하고 공공기관 간의 통폐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 부문의 가장 본질적인 개혁은 민영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