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펴낸 권윤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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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들에게 보여줄 책을 만들려다 어느새 그림책 작가가 됐어요. " 서정적인 그림과 이야기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가 권윤덕 (39) 씨 이야기다.

권씨의 대학 전공은 엉뚱하게도 식품과학. 어릴 적부터 그리고 붙이는 것을 좋아하다 화가 친구들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를 발휘해 5년 전부터 그림책을 직접 만들게 됐다.

권씨는 "생활을 그려내는 데는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가 제격이라 생각해 그들의 화집을 가져다 직접 따라 그리며 붓선을 익혔다" 며 습작 과정을 밝힌다.

그런데 이제는 2년전 처음 냈던 그림책 '만희네 집' (길벗어린이刊) 이 일본 세일러출판사에 저작권이 팔릴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이번에는 옷과 관련된 추억을 모아 놓은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재미마주刊) 를 두번째 작품으로 내놓았다.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음직한 여자 아이가 주인공으로 자신과 남동생의 옷을 12달 순서에 맞춰 옷장에서 하나씩 꺼내 그림으로 보여주며 설명한다.

첫돌 때 선물받은 예쁜 원피스는 이제 곰인형에게 입혔고 큰 고모가 짜준 털조끼는 동생에게 물려 주었다는 등등. 누구에게 물려주고 물려받고, 친구와 함께 맞춰 입고, 소풍.동물원 가는 날 입는 것 등 옷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권씨는 "꽃무늬 하나, 레이스 하나 정성스럽게 그려넣는 바람에 책을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다" 며 "이웃의 또래 주부들이 옷도 빌려 주고 이야기도 들려주어 작품 구성에 큰 도움이 됐다" 고 설명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만희 밖에 없는 권씨는 여자아이만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주인공도 여자아이로 세우고 앙증맞은 머리핀.가방.원피스까지 꼼꼼히도 그려냈다.

그러면서 딸 키우는 이들에게서 아이들의 특징.성격들을 자연스레 듣게 됐다는 것. 이 책이 꼭 우리 아들.딸 이야기가 그대로 실린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도 작가와 소재 제공자 모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이기 때문. 이 책은 또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억들을 옷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저고리 위에 입는 보온용 털조끼인 털배자를 보여주며 할머니 무릎에 앉아 보드라운 털을 만지작거렸던 아련한 추억을 전한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성을 놓치지 않는 권씨는 그의 아들이 주인공인 '만희네 집' 에서도 갑자기 농촌으로 이사가게 된 호기심 많은 아이가 꽃밭과 장독대가 정겨운 시골집에서 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림 실력을 키우려 지금은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동양화를 배우고 있는 권씨는 "앞으로 사계절의 변화와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느끼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고 말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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