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아라리 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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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봉환은 이미 묵호댁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미망의 나락으로 끌려들어간 스스로를 발견하였다.

흡사 터울이 긴 어린 동생 다루듯 하는 묵호댁의 거미줄같이 계산된 농염한 미술 (媚術)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고 있었다.

봉환은 묵호댁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하초에 달린 양물은 그녀가 볼기짝에 비누칠을 할 때부터 이미 발기되어 열시나 세시 방향으로 곤두서 있었다.

그가 돌아서는 순간, 묵호댁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어딘가를 가리키듯 잔뜩 긴장되어 거무튀튀하게 곤두선 봉환의 소유물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손바닥 안에 넣고 떡가래 뽑듯 쭉 뽑아보면서 중얼거렸다.

고기방망이도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긴 하다만, 니 혼자만 가진 것도 아닌데 쪼빼면서 생색은…. 이번에는 봉환의 가슴으로부터 사추리 속까지 골고루 손밥을 넣으며 비누칠을 시작했다.

사추리 속을 비벼대고 있는 그녀의 손은 곤충의 촉각처럼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적으로 통합된 손의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협조와 서약, 그리고 동의와 축복으로 가름된다.

그러나 묵호댁의 손은 그처럼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룬 통합기능과는 전혀 무관한 도발적인 성적 흥분만을 분출시키는 마취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양물의 발기를 힐끗 내려보는 봉환의 얼굴에는 자조의 빛이 완연하였다.

그러나 봉환은 벌써 승희를 잊어버렸고, 변씨의 훈계 따위는 뇌리 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소유물은 가속도가 붙은 자동차의 속도계처럼 열한시 방향 혹은 두시 방향을 향해 가파르게 끄덕이고 있었다.

어메, 요것 보라니까. 지도 오랜만인 줄 아는가 보네. 날 보고 까딱거리며 인사를 하네. 너스레를 떨고 있는 묵호댁의 목소리도 그 순간은 떨고 있었다.

자제력이 무너지는 순간, 봉환은 그만 묵호댁의 통바지 속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묵호댁은 삽시간에 불두덩까지 내려간 손을 뿌리치며 소곤거렸다.

"조급하기도 해라. 냉수도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던데. 나도 벗고 씻은 다음에. " 묵호댁은 서두르지 않았다.

비누칠을 끝낸 뒤 몇 바가지의 물을 봉환에게 뒤집어씌워 목욕을 끝내주었다.

승희만 전용으로 쓰던 타월을 걷어 건네준 뒤 묵호댁은 봉환이가 바라보는 앞에서 옷을 벗었다.

남상지른 얼굴과는 달리 묵호댁의 하체는 매우 도발적으로 정돈되어 육감적인 면목을 잃지 않고 있었다.

특히 잔허리 아래의 하체는 늦가을 초가지붕 위에서 달빛을 받고 있는 박처럼 싸늘하면서도 푸짐한 성적 매력을 듬뿍 발산하고 있었다.

살결은 고왔고 굴곡은 완만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변씨에게 같이 자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항변도 바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묵호댁의 하반신이 가진 매력을 일컫는 말이기도 했었다.

게다가 불두덩을 감추기 위해 허벅지를 살짝 꼬고 있는 오묘한 앉음새는 봉환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던 봉환의 입에서 결국은 재촉하는 한마디가 터져나왔다.

"빨리 안 씻고 넉살은 억시기 피우고 있네. 날 애달굴라 카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는데도 묵호댁은 봉환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겨드랑이에 비누칠을 하면서 대꾸했다.

"그렇게 조급했으면, 왜 며칠씩이나 바깥으로만 맴돌고 있었나?" "바쁜 일이 있었으니까 바깥으로만 맴돌았지. " "조급증 내지 말고 여기다 비누칠이나 해. 난 고개를 숙이면 숨이 가빠. " 묵호댁은 턱짓으로 자신의 하초를 가리켰다.

비누를 찾아든 봉환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사타구니 속으로 돌입하고 있었다.

먼저 봉환의 손바닥의 감촉이 야릇해지면서 그 동안 여섯시 방향으로 얌전하게 수그러졌던 통고기가 묵호댁이 어떤 표정를 짓고있나 살펴보기라도 하듯 서서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김주영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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