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수의 버디잡기]파5홀의 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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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말골퍼들이 잘 나가다 갑자기 무너지는 홀은 대개 파5홀에서다.

파5홀은 거리상 4백31m 이상의 홀 (여자의 경우 3백67m에서 5백26m) 을 말한다.

국내 코스의 파5홀 가운데는 5백50m가 넘는 그야말로 '롱홀' 도 있지만 대개 5백m 내외가 주류를 이룬다.

국내 코스 가운데 가장 긴 파5홀은 발안컨트리클럽 13번 홀로 자그마치 5백98m다.

물론 이 홀도 6번이나 7번 아이언 하나만으로 4온이 거뜬하다.

4온 1퍼트면 파, 2퍼트면 보기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계산상 보기나 파지만 실제로 더블보기.트리플보기, 심지어 더블파까지 낳고 마는 게 파5홀이다.

골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을 꼽으라면 대개 7번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왕초보' 시절부터 손에 익은 클럽이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이 유별나게 파5홀에서 무너지는 것은 다름 아닌 거리욕심 때문이다.

대개 주말골퍼들은 다루기 쉬운 6, 7번 아이언만으로 4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파5홀에서는 항상 티샷은 드라이버, 세컨드 샷은 페어웨이 우드, 서드 샷은 미들 아이언이란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파5홀에서 크게 망하는 원인은 고정 불변의 클럽선택과 거리를 내야겠다는 무의식에 사로잡히는데 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용기도 필요하다.

동반자들이 모두 드라이버를 꺼내는데 혼자 미들 아이언을 선택했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3백야드의 드라이버샷도 방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거리를 다소 손해보더라도 방향을 확보하면 90%는 성공하는 게 골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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