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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MP3, 우는 PC '두 얼굴의 애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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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 세계 인터넷 유료 음악 판매시장 점유율 70%, MP3 플레이어 시장점유율 45%.

미국 애플컴퓨터가 자랑하는 성과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매킨토시로 PC 시장을 석권한 영화(榮華)는 날로 쇠퇴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란 말을 떼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욱일승천하는 음악 사업=지난해 4월부터 아이튠스(iTunes)라는 웹 사이트에서 음악 다운로드 사업을 시작한 애플은 지난주 1억번째 곡을 팔았다. 1년3개월 만의 성과다. 메이저 음반사들이 불법 다운로드에 무더기 소송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애플의 유료 음악판매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덕분에 지난 2분기 애플의 실적은 치솟았다.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의 판매 급증에 힘입어 분기 순이익(6100만달러, 주당 16센트)이 지난해 동기보다 221%나 급증한 것이다. 매출(20억1000만달러)도 30.4% 늘었다. 2분기 실적으로는 8년 만에 가장 좋았다.

애플이 음악 판매로 떼돈을 벌자 리얼 네트웍스.냅스터.월마트.마이크로 소프트(MS).게이트웨이.델 컴퓨터 같은 유수의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애플이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특히 MS는 연말께 디지털 음악용 윈도 시스템을 내놓아 저인망식 손님 유치 작전을 세워놓고 있다. 새 윈도 시스템은 PC에 들어 있는 음악을 손쉽게 MP3 플레이어로 옮길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애플은 수성 전략의 하나로 19일(현지시간)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메모리가 20GB(기가 바이트)로 5000곡을 담을 수 있는 아이팟 가격을 399달러에서 100달러 낮춘다는 것이다. 40GB도 499달러에서 100달러 낮췄다.

◇기어가는 컴퓨터 사업=아이팟 같은 음악 사업은 잘 굴러가지만 여전히 애플의 주력은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컴퓨터다. 그러나 이 부문은 오히려 역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PC시장은 경기회복으로 12% 늘었지만 애플의 점유율은 전년 1.8%에서 1.7%로 미끄러졌다. 지난 1분기엔 시장조사 전문회사 IDC가 발표하는 '세계 10대 PC 업체' 명단에서 처음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상대적으로 PC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한 게 못한 게 부진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데스크톱 PC인 G5, 노트북인 아이북.파워북의 성능을 꾸준히 개선해 왔지만 델.HP 같은 'PC 거인'들의 공세를 견디기엔 힘이 달렸다.

계란 모양의 혁신적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아이맥도 수년째 추가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못했다. 이달에 아이맥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기로 했다가 출시 시기를 9월로 연기한 것도 시장을 실망시켰다.

비싼 제품 가격도 걸림돌로 꼽힌다. MS의 윈도 기반 데스크톱 PC가 대당 평균 600달러인 데 비해 애플의 제품은 1000달러 안팎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은 범용 PC보다 세련된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워왔기 때문에 어떤 신제품을 내놓을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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