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물고기’ 돗돔 양식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경남수산기술연구소 박정희 연구사가 거문도 앞바다에서 잡힌 길이 164㎝의 돗돔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7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길이 170㎝, 무게 100㎏의 돗돔 한 마리가 330만원에 판매됐다. 돗돔은 최고급 회와 소금구이 감으로 비싼 값에 팔린다.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하며 참치·쇠고기 등과 비슷한 다양한 맛을 낸다. 다금바리와 같은 농어목의 반딧불게르치과에 속하는 돗돔은 우리나라 남·동해, 일본 홋카이도 주변에 사는 희귀종. 수심 400~500m에 살지만 산란철인 5~7월에는 수심 60~70m까지 올라온다. 어민들은 인연이 돼야 대형 돗돔을 잡을 수 있다며 ‘전설의 물고기’라고 부른다.

2013년이 되면 이 돗돔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경남 통영의 경남수산기술사업소가 양식기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에는 두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첫째는 잡은 현장에서 정자·난자를 채취한 뒤 수정·부화시켜 새끼를 생산해 양식하는 방법. 사업소 김효근(51) 기술개발계장이 지난달 25일 부산 태종대 남쪽 60마일 해역에서 강모(50) 선장의 도움을 받아 잡은 길이 180·170㎝ 암수 두 마리에서 정자·난자를 끄집어내 수정했으나 부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돗돔은 깊은 바다에서 공기 중에 올라오면서 부레가 터지는 등 빈사상태였다. 여기다 파도가 심해 완벽한 수정이 어려웠고 수정한 뒤 통영까지 6시간 걸려 수송하는 과정에서 난자·정자가 죽었다. 김 계장은 “수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이 방법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새끼를 성어로 키워 난자·정자를 채취해 수정·부화시키는 방법. 사업소 측은 새끼 확보를 위해 지난달부터 전국 어촌계에 ‘돗돔을 찾습니다’란 유인물을 돌렸다. 그 결과 살아있는 18마리(크기 23~87㎝)를 확보해 수조에서 오징어·고등어를 먹이로 주며 키우고 있다. 돗돔은 23㎏ 이상 돼야 산란할 수 있는 성어가 되기 때문에 이르면 4~5년 뒤 이들 돗돔으로 수정·부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영=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