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팝업] ‘섹시남’ 줄에 선 44세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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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예 주간지 ‘피플’은 지난해 12월 ‘가장 섹시한 남성 A~Z’를 선정했다.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23), 영국의 해리 윈저(25) 왕자, 캘빈 클라인의 속옷 모델인 가렛 네프(23) 등 쟁쟁한 이름 사이에 뜬금없이 바이올린 연주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프랑스 태생의 로랑 코르샤(44). 근육질 몸매와 반항적인 태도 등으로 프랑스에서는 이미 ‘연예인’급인 바이올리니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가 EMI에서 낸 새 앨범 ‘시네마’의 표지 사진. [EMI제공]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연주 동영상에서 코르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무심한 듯 활을 긋는 팔, 불량스럽게 선 자세는 기존의 ‘점잖은’ 클래식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연주는 날카롭다. 음색은 열에 들뜬 듯하고, 음정은 살짝 높은 편이다. 그는 이미 낙소스·RCA·나이브 등의 음반사에서 쇼송·이자이·바르토크 등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올해 이 섹시남의 선택은 영화음악이다. 소속 음반사를 EMI로 바꾼 뒤 ‘시네마 천국’ ‘미션 임파서블’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귀에 익은 영화 음악을 자신 만의 감각으로 해석했다.

활에서 불이 뿜어져나오는 앨범 표지 사진처럼, 연주 또한 아찔하다. 하지만 크로스 오버 앨범으로 미뤄놓기에는 아깝다. 클래식 바이올린의 연주 방식을 착실히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르샤는 왜 영화음악을 골랐을까. 그는 이미 크고 작은 프랑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작곡·연주를 맡은 경력이 있다. 한가지 더.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딸이자 영화배우인 줄리 드파르디유와 오랜 기간 연인으로 지낸 것 또한 코르샤가 영화와 맺은 인연이다.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클래식계의 진화와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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