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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광우병 프로그램, 정부 적개심 때문에 제작한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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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검찰이 어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저앉은 소,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 등에서 30곳의 핵심 장면을 고의로 왜곡하거나 과장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담당 작가가 ‘현 정부에 큰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라면서 관련 e-메일을 제시했다.

제작진이 이번 검찰 발표에 반발하고 있어 진상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검찰 발표와 제작진 측의 반박 내용을 보면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국민을 흥분시킨 결정적 대목이었던 빈슨의 사인을 보자. 검찰에 따르면 빈슨의 유족은 물론 담당의사, 보건당국, 현지 언론 등 어느 누구도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인을 단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사인도 광우병과 무관한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PD수첩 측은 마치 ‘vCJD(인간광우병)’로 사망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그것도 인터뷰 번역 원고에 CJD로 표현된 것을 vCJD로 둔갑시켰다. 제작진 측은 “빈슨 어머니가 vCJD와 CJD를 혼용해서 썼고, 본인에게 확인했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얼버무리는 것이다. ‘본인에게 확인했더니 어떻게 답했다’는 실체는 제시하지 않고 확인의무를 다한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다.

‘주저앉은 소’ 등 다른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얼마나 번역왜곡이 심했으면 내부에서 고발자가 나왔겠는가. 제작진 측은 이번 사태를 ‘국민의 알 권리 침해’니 하면서 호도하려고 하지 말고 핵심을 직시하길 바란다. 왜곡을 하지 않았다면 더 명확한 증거를 대고,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알 권리와 왜곡은 다른 차원이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취재의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는지 자문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MBC에도 당부한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언론기관의 본령에 맞게 자체 정화 기능을 발휘했어야 했다. 영국의 BBC는 2003년 이라크전 관련 보도가 허위사실로 판명되자 최고경영진이 동반사퇴했다. 법의 심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무거운 책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무작정 제 식구를 감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내부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