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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경제] 바람 많이 피우면 경기도 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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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매튜 린은 실물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체감지표로 ‘불륜 건수’를 꼽았다. 그러면서 영국의 한 불륜 소개 사이트를 예로 들었다. 신기하게도 영국 증시가 고점이나 저점 부근에 다다르면 이 사이트가 부쩍 활발해진다. 호황 때는 들뜬 마음에, 불황에는 위안을 찾으려고 바람을 피운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규명된 이론은 아니지만 경기를 분석하는 데 딱딱한 방법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코넬대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패스트푸드점에 고용된 남자 점원들의 얼굴을 보고 경기를 판단했다. 나이 든 점원이 많아질수록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리정책 결정에 앞서 뉴욕시의 쓰레기 배출량과 세탁소 손님 수를 주로 살폈다. 많을수록 경기가 활력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발트해의 소국인 라트비아의 성매매 가격으로 발트해 연안 국가의 경기를 예측하기도 한다. 라트비아는 성매매에 대한 규제가 없어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린은 “성매매 여성이 늘어나면 경기 회복이 멀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생뚱맞은 지표도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면 불황이 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1997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930년)이 지어졌던 당시 경제가 어려웠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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