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정상화 언제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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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은 지난 1996년에 시작됐다.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30분 등 매일 세 차례씩 13년의 전통을 이어오며 외국 관광객의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6월16일 교대식은 열리지 못했다. 깃발을 앞세운 수문군(궁궐 대문을 지키는 군인) 80명은 취타대의 전통 악기 연주에 맞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절도 있게 행진을 했으나 대한문 앞에서 그냥 잠시 서 있다가 철수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문장 교대의식은 단 한 차례도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국민장 기간에는 행사를 아예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엔 시민단체의 분향소가 철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설치한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교대의식을 할 수 있게 분향소를 서울역 등지로 이전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다”며 “분향소에 있는 분들이 취타대 연주도 못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로부터 ‘분향소를 빨리 정리하지 않고 뭐하느냐’는 항의 전화도 끊이지 않고 온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향소를 차린 시민단체는 분향소 천막을 당장 철거할 계획이 없다. 최소한 고(故) 노 전 대통령의 49재인 다음달 10일까지는 그대로 놔둘 전망이고 그 이후도 기약이 없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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