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in Art] "있는 집 아이들만 예술 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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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로 재능마저 썩히면 되겠습니까. 훌륭한 예술가는 역경 속에서 탄생합니다. 예술은 부유한 집안의 자녀나 누릴 수 있다는 편견을 없애려고 해요. 우리가 지도한 아이 가운데 세계적 예술가가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박성용(72.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사진)한국메세나협의회장은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아동복지시설(보육원)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문화의 사회적 편중 해소'를 강조했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1994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박 회장은 지난 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메세나협의회는 오는 9월부터 문화관광부를 통해 지원받는 복권기금 50억원에 180개 회원사의 기부금을 더해 매년 100억원 이상을 전국 보육원.직업훈련소(275개) 등에 있는 어린이.청소년(1만8000여명)의 예술 교육에 사용할 예정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주기 위한 'We Start(위 스타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중앙일보도 이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저도 세살짜리 손자가 있습니다. 문화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야 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빈부 격차가 크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문화 격차입니다. 있는 집 아이들은 피아노.발레.태권도 등 예능학원에 다니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그런 걸 접할 기회조차 없잖아요. 정부와 재계가 손을 잡고 최초로 벌이는 문화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이 사업을 한국 사회의 '희망 찾기'에 비유했다. 문화와 등지고 살아온 기성세대에게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창 자라나는 '꿈나무'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들도 회사 홍보 차원의 봉사가 아닌 한국의 내일을 위한 봉사로 생각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메세나협의회는 불우이웃.수재민 돕기 등 사회 복지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삶의 질''문화 복지'에 대한 배려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이 사업과 별도로 전국 초등학생.미취학 아동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주는 '아트 포 칠드런'(AFC) 사업도 시작합니다."

박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문화재단을 통해 지난 30년간 재능있는 예술인을 후원해 왔다.

최근에는 기업.공공기관 7700곳에 편지를 보내 어린이 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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