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봄 강화도의 한 선비가 행장을 차려 길을 떠났다. 과거에 급제했으나 나라를 잃자 호국의 발자취가 역력한 고향 강화섬 일주에 나선 것이다. 1년여에 걸쳐 400㎞를 걸어 100여 개 마을을 돌아보고는 256수의 칠언절구 시집 ‘심도기행’을 남겼다. 심도(沁島)는 강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화도는 문화 유적이 많은 노천 박물관이다. 강화산성에서 해안가의 53개 돈대를 잇는 탐방로 등 55㎞가 정비된다. [강화군 제공]
한 세기 전 화남(華南) 고재형(1846∼1916) 선생이 답파한 이 길은 이후 ‘화남길’로 불리며 강화도 여정의 길잡이가 돼 왔다.
이 길이 생태·문화 여행 붐을 타고 100여 년 만에 ‘강화 둘레길(가칭)’로 되살아난다. 강화도는 곳곳에 역사·문화 유적이 널려 있어 ‘노천 박물관’으로 불린다.
인천 강화군은 다음 달부터 3년간 37억원을 들여 이 길을 가꾸는 사업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업 대상은 강화산성에서 해안의 국방 유적인 53개 돈대 등을 잇는 역사 탐방로와 고려왕릉이 있는 진강산 둘레길 등 모두 55㎞ 구간이다.
변애숙 강화군 관광개발 담당은 “강화도에는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가며 5개의 진(鎭)과 7개의 보(堡), 53개의 돈대(墩臺)를 비롯한 유적 외에도 생태 갯벌이 있어 수도권 최고의 도보 여행지”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