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채운정 옮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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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민 우화집.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아라비안 나이트' 못지 않은 고전으로 알려진 '투티 나메' 를 국내 처음으로 번역했다.

'투티 나메' 는 '앵무새의 책' 이란 뜻.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삼아 인생의 여러 단면을 한 줄기 이야기 속에 교묘히 녹여 냈다.

이 책의 화자는 페르시아 황제 코바트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앵무새. 이 앵무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며 단 하룻밤만 처형을 유예받는다.

이렇게 시작되는 우화는 주인공이 재치와 기지로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처형장 앞에서 앵무새는 그리스 공주를 사모한 중국황제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겠느냐며 처형을 모면한다.

신하가 중국황제를 대신해 그리스 공주를 설득하러 떠나는 대목에서는 살쾡이가 꾀를 부려 사자의 굴을 빼앗는다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 책은 민담.설화.동화 등 대부분의 이야기 형태가 들어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고대 인도의 구전 설화를 14세기 페르시아 시인 낫셰비가 재창작해 오리엔트 전역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세계사刊.2백24쪽.6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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