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금융 구조조정 종합대책 의미와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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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구체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다. 부실덩어리인 금융기관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기업문제도, 실업문제도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금융구조조정을 늦추는 바람에 전후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은 "금융기관을 그냥 방치하다가는 금융경색이 계속돼 장기불황으로 빠질 위험이 있어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로 했다" 며 "구조조정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 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재정지원에 앞서 해당 금융기관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 가능한 금융기관에 대해선 재정을 동원,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증자도 지원해 조속히 정상화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회생 불가능한 금융기관은 문을 닫도록 하고 이에 따른 예금자보호 문제 등은 재정에서 보장해준다는 게 이번 대책의 기본 줄기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진순 (李鎭淳) 원장은 "재정이 금융구조조정을 집중 지원하면 금융기관의 급격한 채권회수에 따른 기업부도를 막을 수 있다" 며 "어떤 형태의 다른 재정지출보다 경제회복과 고용증대 효과가 크다" 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도 재정이외에는 막대한 금융기관 부실을 처리할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부실채권 규모가 1백18조원으로 금융기관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과 예금보험기금채권을 64조원어치 발행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IMF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24조원의 국공채를 발행하기로 했었는데, 금융기관 부실이 워낙 커 규모를 40조원 늘린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채권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금융기관 부실을 왜 국민이 부담하느냐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당장은 국민 부담이 늘지만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잘되면 결국 경제가 정상화되고 고용이 늘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 이라며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3~4년내에 끝날 수 있다" 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을 납득시키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폐쇄하는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또 그래야 정부가 돕기로 했으니 대충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금융기관내의 '도덕적 해이' 도 막을 수 있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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