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 착수” 선언 … 6자회담 6년 물거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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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성명은 사실상의 핵 보유 국가가 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한층 명확히 했다. 북한이 성명에서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한 언급은 당장의 국제사회 움직임에 굴하지 않고 핵무장을 가속화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협상장에서건 공식 문서에서건 핵실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서 한 일임을 강조해 왔다”며 “이는 NPT의 비회원국이면서 실질적 핵 보유 국가인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3대 세습의 기반을 닦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략적 목표를 더욱 확고히 세우고 이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2003년 8월 출범한 6자회담의 대차대조표는 초라하다. 핵 폐기에 앞선 전(前) 단계 조치로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막기 위한 합의 장치들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6년간 거둔 가시적 성과라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정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미 노후화돼 실용적 가치를 상실한 원자로를 북한이 전략적으로 포기한 것이라 본다면 이마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사이 북한은 중유 79만t(대체물 포함)과 테러지원국 해제란 대가를 챙겼다. 이뿐 아니라 한편으론 협상에 응하면서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하는 시간을 벌어 왔음이 2차 핵실험과 UEP 착수 선언으로 명백해졌다. 더욱이 북한은 “절대로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며 “더 이상 6자회담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5개국은 여전히 6자회담의 유용성과 당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단기 처방으로 5자회담 개최가 추진되고 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나머지 5개국이라도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한목소리로 협상 복귀를 촉구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5개국이 모여 협의하는 방안을 미국 대통령에게 제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는 “의장국인 중국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응을 저울질해 가며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또한 6자회담의 틀을 깨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원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비핵 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빼고 핵 보유국인 미국·중국·러시아와 4자회담을 제의하고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영진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핵 보유국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군축회담을 하자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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