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성 못면하는 주요 통신인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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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발 전화품질 좀 올려주십시오. " 3년전부터 미 AT&T가 한국통신에 보내는 당부서신의 내용이다. 미국에서 국제전화를 걸어도 한국의 품질에 문제가 많아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발, AT&T는 요금수입을 더 올릴 수 없다고 불평한다.

통신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화망을 포함한 국내 통신인프라에 큰 구멍이 나고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은 투자재원 마련도 불투명하지만 구축방식도 인터넷위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망은 한전의 투자기피로 보편적 서비스가 어렵게 됐다.

◇ 전화망 = 지난 1월 외국서 한국에 거는 국제전화의 통화성공율은 64%였다. 일본은 76%이고 미국 74%, 홍콩.싱가포르가 72% 내외다.

국내 통신망품질이 열악하다는 증거지만 아직도 우리는 60%만 되면 선진국 수준이라고 여기고 있다. 영국 통신전문지 '커뮤니케이션 위크 인터내셔널지' 가 최근 전세계 34개 주요 전화회사를 고객서비스.서비스범위.네트워크품질.가입자접속률등 4가지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96년말 현재 한국통신은 평균점수 5점 만점중 2.59점으로 꼴찌에서 두번째인 33위로 나타났다.

최하위 회사는 2.47점인 텔레콤 이탈리아사이며 최우수기업은 3.95점의 미국 IBM글로벌 네트워크사였다. 필리핀 PDLT사는 우리보다 높은 2.86점을 기록했다.

또 우량통신사업자 순위 (97년기준)에서 한국통신은 남아공화국.브라질.인도.체코등의 전화회사와 나란히 30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통신은 처음부터 품질기준을 미국 전화회사의 현재 수준보다도 낮게 설정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단적인 예가 가입전화 고장신고건수다. 한국통신은 월 가입자 1백명당 9건이면 양호한 것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미 지역전화회사인 벨 애틀랜틱을 보면 이미 95년에 실제 장애신고건수가 1.7건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한국통신측도 인정하듯이 통신시장개방으로 공익성보다 수익성이 강조되는 추세라 전화망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4년전에 긴급 과제로 확정된 망을 통합.관리하는 통신망관리네트워크 (TMN) 구축 계획조차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 초고속정보통신망 = 95년부터 시작해 2010년 완공될 초고속정보통신망은 초고속국가망 (정부.공공기관용) 과 초고속공중망 (일반국민용) 으로 나뉘어 구축된다. 현재 6천8백여억원이 투자된 1단계 사업이 마무리돼 2002년까지의 2단계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총 31조9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이미 올해 예산도 깎인데다 민간사업자마저 IMF한파로 투자여력이 없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문제점은 계획을 입안하던 94년 당시 인터넷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초고속정보통신망에 올릴 다양한 콘텐츠개발과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소홀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투자는 지난해야 초고속국가망에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한국통신과 정통부는 여전히 ATM (비동기 전송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차세대 인터넷을 ATM방식이 아닌 인터넷 프로토콜로만 구축키로 했다.

◇ 케이블TV망 = 한전이 3만2천㎞, 한국통신이 1만7천㎞를 설치했다.

그러나 한전이 올 상반기중 수도권등 전국에 구축하려던 2차 케이블TV 방송망계획을 축소, 활용도가 낮아질 전망이다. 당초 한전은 경기도 과천.부천등지에 8천억원을 투자하려 했지만 최근 채산성이 있는 지역에만 6백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결국 일부 중소도시에는 케이블TV망을 이용한 고속인터넷 접속등이 당분간 어렵게 됐고 전국민에게 케이블TV서비스를 보여준다는 청사진은 이미 물건너간 모습이다.

◇ 위성망 = 위성을 이용한 초고속정보통신망인 아스트로링크등과 범세계이동통신망 (GMPCS) 인 이리듐.글로벌스타등 많은 위성사업이 국제적으로 진행중이며 다채널위성방송도 일반화됐다. 그러나 우리의 무궁화1호는 발사실패로 용도폐기됐고 2호마저 대용량의 3호가 발사되면 1호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여 총체적인 계획부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데이콤이 추진중인 오라이언위성도 불투명하다. 이 위성은 3호가 안정화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이 위성사업계획을 축소하면서 위성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정통부가 확보한 위성궤도를 이용한 사업계획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호.임승주.김종윤 기자 〈m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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