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경제 어떻게 풀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수하르토는 과연 경제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수하르토 정권의 목줄을 죄고 있는 슬로건은 바로 생필품값 인하.일자리 보장과 같은 민생 현안이다.

◇ 경제난 실태 = 90년대들어 한자리수였던 물가는 올해 50% 가량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전만 해도 미 달러당 2천4백루피아 안팎이었던 환율이 1만1천대 밑으로 추락하고 금리가 살인적 수준 (연 58%) 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쌀.식용유.설탕 등의 생필값 가격은 환율폭등.보조금 삭감.매점매석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다 대량 실업은 반 (反) 수하르토 감정을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이 1천89달러인 인도네시아는 5~10%의 일부 특권층.화교들이 부 (富) 를 움켜쥐고 있다.반면 건설현장의 날품팔이 일당이 6천루피아 안팎이고 밑바닥 계층은 1년을 일해도 컬러 TV 1대를 사기 힘든 현실이다.

◇ 해법은 없는가 = 물가를 잡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일단 환율.금리를 잡아야 한다. 또 연료.생필품 보조금 지급도 재개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여의치 않다. IMF와의 합의사항을 깨게 돼 국제사회에서 지원받기로 한 3백42억달러가 물거품이 된다.

1천3백억달러가 넘는 외채의 만기 연장도 어려워진다. 경제를 떠받치는 외국인 투자 (96년 10월말 현재 1천7백14억달러) 도 썰물처럼 빠질 것이다.

예컨대 보조금을 재개해도 환율 및 공급물량 감소 등으로 그 효과가 상쇄된다. 최악의 경우 수하르토는 외채 원리금의 지급을 일시 중단시키는 대외 지불유예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다음 채무 상환연기나 채무삭감 등을 요구하는 수순을 밟아나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경제는 대외거래가 중단되면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수출 (97년 5백34억달러) 중 천연자원.경공업제품 비중이 절대적인데다 외자 (外資) 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