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산전 맨발의 수출 특공대 2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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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LG산전 신용우 (30) 대리는 지난 3월7일 서울을 떠난 뒤 중남미 지역에 머물고 있다. 이달초 콜롬비아 방문에 이어 현재 머물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업무가 끝나면 파라과이로 날아갈 예정이다.

신대리가 남미를 돌며 해야할 임무는 본사에서 생산하는 배선용차단기.누전차단기 등 각종 산업용 전기제품의 수출. 지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현지 전력관련 회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출 상담을 벌인다.

문전박대를 숱하게 당하면서도 두달여 출장기간중 수십만달러어치의 제품을 파는데 성공했다. 현재 진행중인 상담도 수백만달러에 이른다고 자랑한다.

이 회사 정차리 대리는 60㎏이나 나가는 회사소개서와 제품 카탈로그를 들고 4월 한달동안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출장을 다녀왔다. 하루평균 4~5곳을 방문, 8~10명을 만났다.

열심히 제품을 소개한 결과 정대리는 출장기간중 4백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두 사람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70년대식으로 발로 뛰는 수출을 다시 해보자며 LG산전이 지난 2월초 만든 수출특공대 '람보팀' 대원. 샘플과 카달로그만 달랑 들고 일일이 바이어들을 찾아다니는 고전적 해외영업에 다시 나선 것이다.

20명의 람보팀은 완벽한 현지언어 구사능력.돌파력.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로 무장, 마치 영화속 람보처럼 수출전쟁에 뛰어들어 세계 23개국에 단신 파견됐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달랐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두터운 장벽과 적자생존의 정글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케냐.가나를 다녀온 정재형 (28) 씨는 한사코 만나기를 거부하는 한 전력회사 사장을 10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만나 브리핑을 했지만 "고려해 보겠다" 는 대답을 듣는데 그쳤다.

"3일동안 계속 찾아갔죠. 둘째날은 '우선적로 고려하겠다' , 그리고 셋째날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 며 말이 바뀌더군요. 다음에 다시 방문해 부딪쳐 볼 생각입니다. " 요르단.오만.네팔 등 중동.서남아시아 국가를 다녀온 박익수 과장은 "한국제품은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 며 머리를 젓는 현지 공무원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예전과 완연히 달라진 적극적인 람보들의 공략에 바이어들의 태도가 점차 누그러졌고 수출실적도 속속 보고됐다. 박익수 과장은 최근 한 중동국가 공무원으로부터 "5백만달러짜리 입찰계획이 있으니 빨리 서류를 작성해 보내라" 는 귀띔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이같은 람보들의 활약으로 동남아시장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LG산전은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3천7백여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중 람보들의 예상 수출액은 전체의 15%가량인 5백60억원. 지난 3개월동안의 실적만 해도 1백20억원에 이른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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