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수하르토 대통령 사임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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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경찰의 발포와 구타 등으로 모두 11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유혈시위가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을 시사해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개발도상국 15개국회의 (G15)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중인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나에게 더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고 유력지 자카르타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수하르토는 그러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국가경영을 위해 막후영향력을 행사하겠다" 고 못박았다.

따라서 수하르토 대통령이 정말 사임을 단행하기보다 국면수습을 위한 정략적 발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수하르토 대통령은 시위확산에 따라 일정을 축소, 14일 귀국길에 올랐으며 귀국 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인도네시아정국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인도네시아 국회격인 국민협의회 하모코 의장은 이날 "대통령의 하야가능성 발언과 관련, 다음주 협의회 지도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 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에서는 13, 14일 양일간 진압경찰이 시위대학생들에게 실탄.고무탄을 발사하고 마구 구타, 1명이 숨지고 최소한 10여명이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또 자카르타와 부근 지역에서는 수천명의 주민이 화교상점들을 공격, 방화와 약탈을 계속했다고 현지 신문들이 전했다.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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