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빅2는 지금 <하> 경제위기 극복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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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500㎞ 떨어진 나보이 경제특구(FIEZ)에서는 ‘쿵~쾅~’ 지반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제특구 내외곽 도로 공사는 끝났으며 현재는 구획정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세르게이 자하로프 나보이 경제특구 특사는 “연말께는 입주 공장의 요란한 기계 소리가 들릴 것”이라며 “한국 기업 20곳 등 외국 기업 40곳이 특구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루스탐 아지모프 부총리가 직접 공사 진척도를 확인할 정도로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4일 우즈베키스탄 나보이공항에서 경제특구(FIEZ) 건설 현장으로 가는 도로 전경.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예년 같으면 1~2년 걸렸을 경제특구 내외곽의 도로 공사를 3개월 만에 끝냈다. [나보이=강병철 기자]


중앙아시아의 양대 맹주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립 이후 문을 굳게 닫았던 우즈베키스탄은 뒤늦게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반면 고속 성장과 개방의 페달을 밟았던 카자흐스탄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개방 나선 우즈베키스탄=나보이 경제특구의 핵심 중 하나는 공항이다. 나보이 공항은 우즈베키스탄의 정중앙에 있어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모두 6시간 이내로 항공 운송이 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나보이 공항을 중앙아시아 항공 축으로 만들기 위해 올 1월부터 공항 운영을 대한항공에 위탁했다. 노명철 나보이 공항장(대한항공 상무)은 한국언론재단의 중앙아시아 전문가 양성 과정 차원에서 현지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3개월 만에 도로를 건설한 것을 보고 경제 개발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의 달라진 모습은 타슈켄트 인근 알마릭 광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일 타슈켄트에서 남동쪽으로 35㎞ 떨어진 알마릭 광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60여 개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 우즈베키스탄 제2의 광산으로, 1000명에 가까운 광원이 구리 등을 캐내고 있었다. 엘치 엘다르 라술로프 대통령실 CIS(독립국가연합) 담당관은 “우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모델로 삼아 ‘제2의 한강 기적’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하는 카자흐스탄=지난달 27일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인 알마티의 증권거래소. 그런데 지난해까지 카자흐스탄 양대 은행 중 하나인 BTA(Bank Turan Alem)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카자흐스탄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외국계 자금을 끌어들였던 BTA는 지난해 해외 차입금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올 2월 BTA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BTA는 이 나라 경제의 명암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연평균 10% 고속 성장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개방 속도를 조절하며 은행 국유화와 함께 100억~15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하게 모기지(부동산 대출)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을 감사하는 등 규제의 칼을 들이댔다. 덕분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던 부동산과 회사 가치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

아르켄 아리스타노프 알마티금융센터(RFCA) 회장은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대대적인 금융 시스템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럴 때가 한국 등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올 적기”라고 밝혔다.

타슈켄트·나보이(우즈베키스탄)
알마티(카자흐스탄)=강병철 기자

중앙아시아 빅2는 지금 <상> 실크로드의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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