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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바루기 11. 싹쓸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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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고요-실바람-남실바람-산들바람-건들바람-흔들바람-된바람-센바람-큰바람-큰센바람-노대바람-왕바람-싹쓸바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바람의 세기(보퍼트 등급, 0~12까지 13등급)에 맞춰 기상청에서 붙여 놓은 우리말 바람 이름이다.

큰바람(초속 17.2~20.7m)부터 태풍에 속하며, ‘싹쓸바람’은 초속 32.7m 이상으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다.

지난해 큰 피해를 낸 태풍 ‘매미’는 부산에서 초속 40~50m의 강풍이 측정될 정도의 ‘싹쓸바람’이었다. 이번에 많은 비를 뿌렸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소멸된 ‘민들레’도 우리나라에 접근할 때엔 ‘싹쓸바람’의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매미’와 ‘민들레’는 북한이 아시아태풍위원회에 제출한 우리말 태풍 이름).

‘싹쓸바람’은 그 바람이 닥치면 육지의 모든 것이 쓸려 갈 수도 있는 엄청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다.

‘매미’나 ‘민들레’처럼 초강력 태풍일 경우 단순히 ‘초속 몇 미터 이상의 강풍’이라고 하는 것보다 ‘싹쓸바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위험성을 더 쉽게 알릴 수 있으며,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재는 기상청마저 쓰지 않는 용어로 듣기 어려운 말이 됐다.

큰바람-큰센바람-노대바람-왕바람-싹쓸바람 등 태풍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우리말 이름을 기상청부터 나서서 사용했으면 한다.

다가오는 태풍의 위력을 쉽게 인식시키고, 풍부한 우리말 어휘도 살려 쓰는 일거양득의 일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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