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회]10.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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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우리 사회에는 정반대의 두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하나는 영상산업의 총아로서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문화산업이라는 입장, 다른 하나는 아이들 공부를 방해하고 청소년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사회악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만화는 산업.문화.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양적 팽창을 보여왔지만 뿌리깊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사회적 기능과 예술성, 산업적 잠재력보다는 그저 변두리 문화로만 인식돼왔다.

세계적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만화영화 하청생산국을 자처하면서도 얼마전까지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 관련학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런 사회풍토를 잘 반영하고 있다.

96년 6월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회장 李元馥.덕성여대 산업미술과 교수)가 태동한 것은 이런 극명한 시각차를 하루빨리 줄여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최근 몇년사이에 4년제 대학 6개학교와 전문대학 7개학교 등 총 13개 학교에 만화 및 애니메이션 학과가 생기고 국제규모 만화페스티벌이 우후죽순처럼 개최되면서 자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역사가 일천한 학회로서는 큰 힘이 되고 있다.

林靑山 (국립공주전문대 만화예술과) 교수를 초대회장으로, 이원복교수를 부회장으로, 조재영 (경민전문대 만화예술과).이재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교수를 감사로 선출했던 1기 임원진에 이어 지난 1일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98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는 2기 임원진이 새로 구성됐다. 회장을 이원복교수, 부회장을 박세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만화과) 교수가 맡게 됐다.

회원은 모두 1백여명. 강단에 서는 교수들뿐만 아니라 만화평론가 및 제작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실제를 무시한 이론은 뿌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채윤경 (계원조형예술대 영상디자인과 애니메이션전공).손기환 (청강문화산업전문대 애니메이션과).정종환 (순천대 만화예술학과).김창남 (성공회대 신방과).노광우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조교).한창완 (세종대 영상교육원) 교수 등과 이두호.이현세 등 교수겸 만화가, 정욱 (대원동화 회장).김석기 (한호흥업 사장) 씨 등 제작자, 손상익.곽대원.박인하씨 등 평론가들이 함께 포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 만화를 그리고 만화영화를 만드는 차이를 극복, 산업화.대중화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 학회가 풀어내야할 숙제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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