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국민훈장 받는 충북청원 김병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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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노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어디 상받을 일인가요, 병치레 안하시고 장수하시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지요. " 충북청원군남일면두산리 김병학 (金炳學.65) 씨는 군내에서 '소문난 효자' 지만 효행으로 국민훈장까지 받는다는 사실이 못내 쑥스럽다.

제26회 어버이 날인 오는 8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金씨는 정확히 효자가 아니라 '효서' (孝壻) 다. 친어머니가 아니라 장모 (82) 를 모신 효행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앞을 전혀 못보는 시각장애인 장모를 무려 37년간이나 지극정성으로 모신 것이다. 1933년 충북보은읍노티리에서 태어난 金씨가 장모를 모시기 시작한 것은 28세 때인 61년 결혼을 하면서부터. 앞을 못보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지금의 부인 장길자 (張吉子.55) 씨와 결혼한 金씨는 곧바로 장모도 모셔와 단칸 오두막집에서 친어머니와 함께 오손도손 살았다.

68년 이모부가 살던 남일면두산리로 무작정 이사한 金씨는 농사지을 전답 한마지기 없어 부부가 남의 집 품팔이 등으로 어렵게 생활해왔지만 화목을 잃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친동생처럼 장모를 돌봐주는 덕분에 金씨 부부는 마음놓고 일을 나갈 수 있었다.

金씨는 현재 재산이라야 논밭을 합쳐 7마지기와 두 칸짜리 집이 전부지만 마음만은 부자다. 金씨는 청주에 식당일을 다니는 부인 대신 밭일하다 말고 장모에게 점심상 차려주는 일을 4년째 해오고 있다.

청주 = 안남영 기자

〈an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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