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실업자 5,000명 넘어…구직기간 작년의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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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주마다 36만4천원 (하루 2만6천원) 씩 실업급여를 받아 가계를 꾸려 왔는데 지난달 16일 마지막치를 받았습니다. 4월 결혼기념일과 어머니 칠순은 그냥 넘어갔는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다가 오고…. 공공근로사업에 기대를 걸었는데 그마저 실업급여 대상자라고 떨어져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할 따름입니다."

지난해 12월말 광고기획회사에서 쫓겨난 실직자 金모 (36) 씨의 하소연이다.

고졸학력으로 10여년간 관리업무에 종사해온 경력을 바탕으로 노동부 지방사무소.경총 (經總) 인력은행.중소기업청 전문인력센터.사랑의 전화 등에 구직 등록하고 50여곳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아직 취직을 못한 상태. 극심한 취업난으로 실업기간이 길어지면서 金씨와 같이 실업급여 혜택이 끝나 생활고에 빠지는 실업자가 점점 늘고 있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이 만료된 실직자가 매월 증가세를 보여 3월에는 처음으로 5천명을 넘어섰다.

실업급여 평균 수급일이 석달정도 되므로 올들어 신청자가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부터 실업급여 수혜기간이 끝나는 실직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사업장 실직자나 신규 실업자들은 더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한 취업설명회에서 만난 李모 (37) 씨는 교통사고로 왼쪽팔을 제대로 못쓰는 장애인. 지난해 6월 전기.전자제품 수리업소를 그만둔 후 아직 일자리를 못구했다.

공공근로사업을 왜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네식구 생계유지가 안될 것으로 보여 아예 포기했다" 며 "공공근로사업에 나가다 보면 구직활동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

장기 실업자를 위한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도움을 못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가 실업기간이 1년 이상인 실직자나 6개월 이상 실직상태인 55세 이상 고령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임금의 3분의1~4분의1을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를 올해 도입했지만 3월말 현재 이용실적은 전무하다.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판에 장기 실업자를 배려해주길 기업에 기대하기는 무리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康淳熙) 박사는 "올해는 평균 구직기간이 지난해 (3.2개월) 의 2배인 7~8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며 "일단 장기실업자군에 들면 낙인이 찍혀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만큼 빠른 실태파악후 별도의 직업훈련과 자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차진용.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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