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피아노 스타’ 손열음 반 클라이번 콩쿠르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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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23)씨가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7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포스워스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정상급 피아노 콩쿠르다. 1962년 이래 라두 루푸, 배리 더글러스 등 유명 연주자를 배출했다. 이번이 한국인으로서는 ‘타이 기록’. 2005년 조이스 양(23·한국명 양희원)이 2위에 오른 적이 있다.

7일 미국 텍사스 포스워스에서 열린 제13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시상식 무대에 선 입상자들. 왼쪽부터 2위 손열음, 공동 1위를 한 노부유키 쓰지와 장하오첸.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손씨에게 이번 수상은 의미가 크다. 그의 그간 성적(에틀링겐·비오티 콩쿠르 입상)보다 한층 권위있는 대회 준우승을 이력에 보탰기 때문이다. 손씨는 “무엇보다 수상자에게 연주 기회를 많이 주는 콩쿠르인만큼 이번 2위는 1위만큼이나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주에서 세계로=세계 무대에서 빛난 그의 실력은 대부분 ‘국도(國道)’에서 자라났다. 손씨는 강원도 원주 태생. 그의 재능은 네살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발견됐고, 곧 원주의 ‘피아노 스타’로 떠올랐다. 그를 처음 주목했던 음악인은 지휘자 임헌정(56·부천시향)씨.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원주에서 종종 연주회를 열었던 임씨는 이 꼬마의 재능을 알아보고 서울의 좋은 스승들을 소개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손씨의 어머니는 딸이 일곱살이 되는 해부터 손을 붙잡고 한 주에 한두번씩 서울행 국도를 탔다. 피아니스트 김대진(47·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에게 꾸준히 레슨을 받으면서 손씨는 빠르게 실력이 붙었다.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지 않고도 좋은 선생님과 꾸준히 공부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 어머니 최현숙(46)씨의 기억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꿈이 원주에서 자랐다. 13세에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그는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다. 이후 원주여중을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으며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에 유학중이다.

◆한·중·일이 석권=이번 대회에서는 또 다른 드라마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일본의 노부유키 쓰지(20). 중국의 장하오첸(19)과 나란히 1위에 오른 그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이다. 도우미의 팔을 잡고 무대에 오른 츠지는 비장애인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심사위원을 놀라게했다. 그는 이미 2003년 ‘쇼팽 국제 콩쿠르’의 결선에 진출하며 일본의 클래식 팬 사이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이로써 이번 대회는 이례적으로 한·중·일 삼국의 연주자가 최상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손열음과 타카치 현악4중주단 내한=1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02-2005-0114.

 김호정 기자

◆반 클라이번=1958년 구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미국인으로서 우승하면서 화제가 됐던 피아니스트. 올해 75세인 그를 기념하기 위해 콩쿠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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