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20일께 "동서·고려증권 폐쇄할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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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업정지중인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이 결국 증권업계 처음으로 문을 닫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일 두 증권사에 대한 증권업허가 취소요청 유보안을 최종 심의한 결과 둘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의결, 재정경제부에 증권업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오는 20일께 동서.고려증권의 인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감위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오랫동안 판단해 결정한 것인만큼 수용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절차상 동서.고려증권에 대해 청문절차를 밟겠지만 금감위 의견을 뒤짚을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 이라며 "앞으로도 금감위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인가취소를 요청해오면 이를 최대한 존중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동서.고려증권은 인가취소결정이 나면 청산관리인을 선정,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동서증권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채권단이 부채를 청산한 후 남은 자산을 나눠갖게 된다.

반면 고려증권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채권단이 대출비율에 따라 손해를 보게 되는데, 증권투자자보호기금도 지원해준 1천44억원중 약6백억원을 떼이게 될 전망이다.

◇의미 = 두 증권사의 인가취소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시범 케이스' 로 분석된다. 오는 9월말까지 1차적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밝힌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처음으로 실행에 옮겨진 셈이다.

동서증권의 경우 지난달 29일 미국계 투자회사 호라이즌 홀딩스가 李위원장에게 직접 인수확약서를 보내면서 30일 한때 회생 가능성을 기대케했으나, 결국 폐쇄시키는 쪽으로 결정됐다.

불분명한 투자계획에 질질 끌려다니다 전반적인 구조계획에 차질을 빚느니 과감히 폐쇄시켜 외국인들에게 개혁의지를 과시하는 쪽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금감위는 판단한 것이다.

◇파장 = 금융기관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전망이다. 금감위가 형식적이고 실현성 없는 경영개선계획은 제출해봤자 소용없다는 점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후순위차입금을 다시 채권은행에 예치하는 수법으로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높여놓았지만 모두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투신사의 경우도 지난달 30일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따라서 모든 금융기관들은 뼈를 깎는 개혁조치를 내놓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파산시 문제점 = 이들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회사채 발행기업이 신규 보증기관을 구하기 어려워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경우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고려증권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96개사에 모두 4천2백58억원에 달하고, 동서증권은 94건에 모두 5천50억원에 이른다. 특히 고려증권의 경우 파산시 약 1조1천14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해 주택은행 등 34개 채권단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하게 된다.

채권단들의 경우 청산절차에 따라 모든 재산을 시가로 평가해 처분한 뒤 채권순위대로 재산을 분배받게 된다. 그러나 동서증권의 경우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순자산이 20억원으로 나타나 소액이나마 건질 수 있겠지만 고려증권의 경우 자본잠식 규모가 2천90억원 (증감원 실사)에 달해 사실상 주택은행 등 34개 채권기관이 한푼도 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거래 고객들은 이미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을 통해 예탁금을 모두 돌려받아 피해가 없지만 두 증권사의 주권은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고현곤·김동호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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