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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도서 특집]저학년용 '전통문화간접체험'그림책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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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전통문화를 감상하는 것은 밥을 씹는 것과 비슷하다. 보면 볼수록, 체험하면 할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몇몇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가 유아.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간접 체험할만한 그림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길벗 어린이의 '사물놀이' , 비룡소의 '아씨방 일곱 동무' , 다섯수레의 '고구려 사람들은 왜 벽화를 그렸나요?' 가 그런 책들. 전통문화를 다룬 기존 책들에 비해 한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점이 특징이다.

'사물놀이' 는 사물놀이의 악기 구성.소리.장단을 상세히 설명한다.

꽹과리는 천둥소리,징은 바람소리, 장고는 빗소리, 그리고 북은 구름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4가지 악기가 어울려 하늘과 땅을 울린다는 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빨강.파랑.노랑.검정의 선명한 4색으로 각각의 소리가 또렷하되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는 사물놀이의 악기를 표현했다. 사물놀이 연주를 담은 CD도 부록으로 딸려 있다.

글을 쓴 지은이는 김덕수씨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운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강사) 씨. '아씨방…' 은 작자와 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수필 '규중칠우쟁론기' 를 동화로 각색했다. 자.가위.바늘.실.골무.인두.다리미 등 바느질 도구를 의인화해 서로 도와 힘을 합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영경씨가 글과 그림을 맡아 삽화에서 한국화풍을 살렸다. 둥그런 얼굴에 가늘게 찢어진 눈을 가진 한국 여인네의 자태라던가 자수.문갑의 화려한 무늬까지 세세히 그려냈다. 옛 화풍을 살리려는 노력도 그렇지만 조선 규방문학의 대표 작품을 요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시도가 새롭다.

고구려 고분벽화 사진 50여 장으로 당시 생활상을 설명한 역사 그림책 '고구려…' 는 울산대 전호태교수 (사학)가 썼다. 고구려 사람들의 의.식.주 문화는 물론 제사 의식까지 그림을 곁들여 쉽게 풀이하고 있다.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시리즈의 12번째 권으로 31개의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는 형식이 독특하다. 예컨대 '온달은 정말 바보였나' '고구려에도 무용단이 있었나' 등 재치있는 질문과 함께 귀족은 오늘날 힙합 바지 같은 통 넓은 바지를 입었다는 등의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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