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장군역 김민수, 뮤지컬 인기몰아 연극 '영월행일기' 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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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민수 (35) 는 아주 유연한 배우다. 인상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고, 무대에서의 연기도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러나 애꿎게도 이런 유연성 때문에 김씨는 손해와 이익을 동시에 맛본다.

평범한 외모는 주연의 기회를 박탈하는 악재. 올해로 뮤지컬 데뷔 만 10년이 되는 동안 그는 변변한 주인공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는 장점도 바로 유연함이다.

풍부한 성량의 노래실력과 춤 솜씨, 뮤지컬 배우의 일반적인 취약점을 간단히 뛰어 넘는 연기력. 이처럼 3박자를 고루 갖춘 실력때문에 최근들어 그는 뮤지컬 지망생들의 '이상형' 으로 꼽힌다.

서울예전 동창인 남경주가 진작 스타로 각광받은 것에 비하면 대기만성형. 첫 출세작은 뮤지컬 '명성황후' 였다. 95.96년 초연때부터 줄곧 명성황후에게 연정을 품는 홍계훈 장군 역을 맡았다.

초연 때 윤석화에 버금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이 바로 김민수였다. 이때의 '벼락출세' 로 김민수는 현재 뮤지컬계 A급 대열에 들어있다. 편당 출연료가 1천만원선. 미국 연수중인 남경주의 공백을 대신하며 상종가 행진 중이다.

김민수가 이번엔 연극에 도전한다. 무명시절 '등신과 머저리' 등에 출연해 데뷔무대는 아니나 '도전' 이라 함은, 그만큼 그에게 연극무대는 낯설기 때문이다. 출연작은 예술의전당 이강백연극제의 '영월행일기' (5월29일~6월1일 자유소극장) .조선 세조때 단종의 유배에 얽힌 역사적 사건이 고문서 '영월행일기' 의 발견을 계기로 현재와 '만나는' 이야기다.

김민수의 역은 주인공 조당전. "대사법과 발성, 연기스타일이 이처럼 다를 줄은 몰랐어요. 그냥 '해봤다' 는 경험으로 연극무대에 쉽게 달려들었다가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내면의 깊이를 표현하기가 역시 힘드네요" .이번 그의 연극무대 조련사는 '산씻김' '카덴자' '불가불가' 등 유니크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채윤일. 이 작품의 초연 (95년) 연출자였던 그는, 지금은 악연전문배우로 잘 알려진 김학철을 조당전 역에 기용했었다.

평소 파격을 즐기는 채씨는 김학철과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의 김민수를 이 역에 기용하고 "무거운 역사물이 아닌 남녀의 사랑얘기로 이야기 톤을 바꿔보겠다" 고 벼른다. 김민수의 상대역 김시향은 92년 '신의 아그네스' 히로인이었던 정수영.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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