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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풀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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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풀’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풀밭을 생각하며 휴식·평화 등을 느끼는가 하면 길가의 풀에서 질긴 삶을 보는 사람도 있다.

서해 이작도 가는 바닷길에 ‘풀’과 관련한 이름의 지명이 있다. 바다에 있는 모래밭으로 ‘풀등’으로 불린다. 썰물 땐 보였다가 밀물 땐 사라지는 모습이 달을 닮았다. ‘모래밭과 풀’의 대립 이미지와 ‘풀등’의 생성 과정, 어감 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풀등’은 사전적으로 ‘강물 속에 모래가 쌓여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을 말한다. 이작도의 ‘풀등’은 강 아닌 바다(짠물)와의 연관성, 불모지대란 특징 때문인지 앞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풀등’을 ‘풀’과 ‘등’으로 나눠 보았다.

‘풀’은 초본식물이란 뜻 외에 북한어로 ‘바다나 호수의 밑이 주변보다 두드러지게 올라온 부분’이란 뜻이 있다. 조류의 영향으로 일정한 곳에 생긴 모래톱 개념이다. ‘등’은 ‘물체의 위쪽이나 바깥쪽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곳’이다.

인근 주민의 ‘풀등’에 얽힌 이야기는 한편의 동화 같다. “어느 날 바다를 봤다. 노란빛이 유난히 강한 고래가 출몰했다. 배를 몰고 다가갔다. 고래는 없고 모래밭만 있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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