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처리업체 연쇄 도산] 소각 못하고 방치, 하천등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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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7일 오후 인천시서구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D환경 공장. 4천여평의 부지에 폐합성수지·폐유 등 각종 산업폐기물 3만여t이 15m 높이로 쌓여 있다. 15t 트럭 2천여대 분량. 공장 담 일부는 무너져 내려 인근 나대지에까지 폐기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공장 뒤편에선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폐기물 더미에서 흘러나온 시커먼 폐수가 근처 도랑으로 흘러들어간다.

8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지난해 1백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수위를 다투던 이 회사는 지난 15일 부도를 내고 현재 법원에 화의신청을 해놓은 상태. 지난해 소각로 4기를 설치하면서 리스로 도입한 외자 1백70억원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화근이 됐다.

이곳의 하루 폐기물 처리량은 1백50t.

법적으로 3개월분 처리량 이상을 보관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반년치가 넘는 분량이 쌓여있는 것이다. 게다가 부도 이후에는 처리량이 종전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져 방치된 폐기물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도 없다. 산업쓰레기 대란 (大亂) 이 시작됐다.

각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을 위탁받아 소각.매립하는 전국 44개 처리공장 중 7곳이 이미 부도 (6곳) 나거나 휴업 (1곳) 하는 바람에 수천~수만t씩의 산업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리스자금을 동원해 고가의 설비를 외국으로부터 도입했던 업체들이 IMF 사태 이후 막대한 환차손과 처리원가 상승 등으로 고사 (枯死) 위기에 놓이면서 초래됐다.

관련업계는 이대로 가면 6개월 이내에 업체의 절반 정도가 연쇄도산해 각 제조업체가 산업쓰레기를 위탁처리할 곳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속수무책이고, 적치된 폐기물의 처리를 위한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부도업체의 제3자 인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산업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토양·하천 오염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천시서구 N기업. 공장부지 6백60여평에는 폐유를 담은 드럼통 수십여개와 폐합성수지 등 산업폐기물 3천여t이 시커멓게 쌓여 있다. 이 회사는 이미 95년 5월말 부도로 공장문을 닫았고 처리되지 않은 산업폐기물들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

대전시대덕구 H산업. 지난해 10월에 부도난 이 회사 공장 안에 들어서면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작업도구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녀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한다. 소각로는 몇 달째 녹이 슨 채 방치돼 거대한 고철더미로 변했다.

사회부 기동취재팀 = 이하경·최익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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