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서 끝내 못만난 국군포로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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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96년 탈북자 金용화(45) 씨의 증언을 통해 국군포로중 북한내 생존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던 金갑생씨가 한장의 흑백사진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갑생씨는 이 사진을 구한 탈북자협회 (중국에서 활동중인 비밀단체) 측의 확인 결과 이미 지난 95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갑생씨의 부인 조선이씨는 남편의 사망을 모른 채 재회를 기다리다 지난해 9월 별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게 하고 있다.

사진을 본 여동생 석준 (71.경북경산 거주) 씨 등 가족들은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헤어진 사람을 백발의 사진으로 바라보니 희미한 부분이 많다" 고 전제하면서도 "얼굴 윗부분이 동생 석권이나 다른 형제들과 많이 닮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상학 전문가 金광일씨는 "형제관계를 증명하는, 소위 형제궁 (兄弟宮) 과 크고 둥글게 튀어나온 귀모양으로 봐 갑생.석권씨는 형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金용화씨도 본지가 입수한 사진을 보고 "단천 한동네에서 오물수거 등 천한 일을 하며 살았던 갑생씨가 분명히 맞다" 면서 "현재 귀순자를 통해 이름이 거론된 국군포로의 숫자만도 40여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그들의 생사확인 작업이 시급하다" 고 덧붙였다.

탈북자협회측 서신자료엔 "함경남도 단천에 살았던 갑생씨는 북한의 노병대회에까지 참가하면서 한평생을 값있게 살아온 군사일꾼이었다" 고 적고 있어 갑생씨가 북한에서 강제 복무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편지는 또 "갑생씨의 북한내 부인도 96년 사망한데 이어 슬하 7남매중 3형제가 지난해 병사 (病死) 하는 비운을 겪었다" 고 전했다. 갑생씨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50년 7월 국군에 입대했으나 곧바로 소식이 끊어졌다.

이후 57년 4월 가족들은 육군본부로부터 '유해없는 전사자 (50년 12월24일 사망)' 통보를 받고 고인 아닌 고인을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결혼 1년6개월만에 홀로된 부인 조씨는 동생 석권씨의 아들 金재돈 (39)씨를 양자로 삼았으며 96년말 남편 소식이 보도된 후로 불공에만 매달려 왔다.

허의도·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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