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미·이런 삶] 바이올린 켜는 수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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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1시쯤 전주시 완산구 전동 싸전다리 옆 인터넷신문 '우리신문.kr'사무실. 군산대 장택상(53.수학과)교수가 신문 편집에 앞서 바이올린을 들었다.

관중을 앞에 두기라도 한 듯 진지하게 연주하고 난 그는 "바이올린을 켜고 나면 근심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등 마음이 평온하다"고 말했다.

그의 전공(수학)은 딱딱하지만, 장교수 자신은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덕분이다.

그는 30년 전인 공주사범대 3학년 때 바이올린 독주회에 갔다 연주자의 모습에 매료됐다.

"고향에서 부모가 보내 온 등록금으로 바이올린부터 덜컥 샀죠.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기초적인 연주법을 익힌 뒤 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자주 풍금을 가지고 놀은 탓에 바이올린을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빨랐다고 한다.

그는 지금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 즐겨 연주하는 우리 가곡은 대부분을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한다.

그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 학교 연구실에서, 그리고 주말과 휴일엔 집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씩 연습하고 있다.

그간 피아노.트럼펫 등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회를 수십차례 열었다.

그는 "앞으로 가족들이 악기 하나씩을 배워 가족음악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는 지역 인터넷신문인 '우리신문.kr'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지역 문화에 대한 글도 다양하게 올리고 있다.

그는 "글을 올리고 난 뒤 네티즌들의 반응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년 전부터 전북대 유재식(불어불문학과)교수에게 한시(漢詩)를 배우고 있다. 웬만한 한시는 척척 해석할 정도다.

한시를 공부한 덕택에 시도 쓰고 있다.

그는 군산대 도서관장 시절이던 1998년 당시 중앙일보에서 연재한 '시가 있는 아침'의 작품들을 판넬로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10여년 전 농촌인 전주시 완산구 색장동에 2층짜리 집을 지어 전원생활을 하는 그는 "수학만 파고들다 보면 다정다감한 인간미를 잃을 것 같아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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