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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긴장 고조]한나라號 인천서 물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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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24일 선거법협상이 일단 타결되자 여권과의 싸움에 나섰다. 자신들이 '의원 빼가기' 라고 부르는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당은 총력투쟁.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이 고성 (高聲) 은 마치 속에서 끓고 있는 불안과 동요를 감추려는 몸부림 같다. 총재단과 '야당파괴 (野破) 저지투위' 가 집안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원내 과반수라는 둑에는 슬슬 물이 샐 조짐이다.

최대 취약지대는 인천. 당관계자들은 인천에 충청출신 유권자들이 많아 의원들이 주변의 친여 (親與) 정서에 압박감을 느낀다고 본다. 역대로 인천 의원 중에는 뚜렷한 지도자가 없어 전체적인 결속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탈당설이 가장 많이 따라붙는 이는 이강희 (李康熙.남을) 의원과 세명의 S의원. 李의원은 공개적으로는 "지역여론을 수렴중" 이라고 후퇴하지만 이미 가까운 의원들에게 "야당생활이 너무 불편하다" 고 털어놓았다 한다.

경기도에선 민정계출신 K, L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크다. 이들도 친한 동료의원들에게 "이미 주요 지구당 조직이 여당으로 넘어갔다" "당에 애착을 못 느낀다" 는 말로 탈당결심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완구 (李完九.청양 - 홍성) 의원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며 탈당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마음이 흔들리는 의원들은 당내외 분위기를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당의 보궐선거지원 공을 외면하고 자민련으로 옮긴 오장섭 (吳長燮.예산) 의원에 대해 쏟아지는 원색적인 성토와 비난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총화단결.단속' 이라는 당의 구호에 어울리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사업체 경영난 등으로 탈당설 리스트에 올랐던 박주천 (朴柱千.서울 마포을) 의원은 25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에 소속한 본인을 선택해준 유권자의 뜻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을 것" 이라며 거취를 분명히 했다.

강릉갑의 황학수 (黃鶴洙) 의원도 지난달 30일에 이어 지난 22일 다시 성명을 내고 "언론이 탈당후보자로 나를 다시 한번 거론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형근 (鄭亨根) 정세분석위원장은 "여권은 5월10일까지 우리당의 과반수 의석을 무너뜨려 15대 국회 후반부 원 구성 (5월말)에서 주요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 한다" 고 분석했다. 그는 "이 정권은 겨우 취임 두달만에 정권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를 덮으려고 야당을 쑤시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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