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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자 남중광씨]12년 걸려 공장허가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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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3일 오전 울산시청 5층 기업지원과 창업지원계. 울산시동구전하동 ㈜고려전자 (대표 金明淑.30.여) 의 기술개발이사 남중광 (南重光.54) 씨가 지원계 공무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연거푸 "고맙다" 며 머리를 조아렸다. "절차가 까다로워 10여년이 지나도록 공장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서류를 낸 지 9일만에 해주다니 감사합니다." 南씨의 '감격' 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특허를 받은 진공관식 오디오를 생산하기 위해 12년 동안 세차례나 시도했으나 관청의 높은 문턱에 걸려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학교라곤 가본 적이 없는 그는 어릴 적부터 오디오 관련업계를 떠돌며 기능공으로 틈틈이 기술을 축적해오다 80년초 고급 진공관식 오디오 조립기술을 개발, 국내 특허를 받았다.

창업자금을 준비한 南씨는 86년 3월 전북전주시 팔복공단에 2백평 규모의 공장 설립을 위해 전북도에 허가서류를 냈다. 하지만 전북도는 "공장등록을 먼저 해라" , 전주시에선 "제조업 허가를 먼저 받아라" 라며 8개월 동안 트집만 잡았다.

정확한 검토없이 南씨의 자금력.기술력 등을 의심, 무성의하게 처리한 결과였다. 결국 南씨는 자금난을 겪다 개인재산 8천여만원만 날린 채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당시 南씨가 공장허가를 받기 위해 도청에 제출했던 서류는 7백84종 (서류준비 비용 9백만원)에 이른다.

한동안 실의에 빠졌던 南씨는 경남양산시웅상읍덕계리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90년 1월 경남도에 다시 창업서류를 냈다. 그러나 전북도와 마찬가지로 서류 보완 등을 요구하며 6개월동안 허가를 미뤄 4천여만원을 날렸다.

南씨는 특허기술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91년 11월 다시 전남여천시해산동에 건물을 임대해 도청과 여천시에 공장허가 서류를 냈으나 "개발제한구역인데다 건물이 방앗간이어서 제조업을 할 수 없다" 며 불허, 9개여월만에 공장을 자진 철거했다.

연속된 좌절끝에 그가 울산에 온 것은 올해초. '공단도시라 창업이 다른 곳보다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현 고려전자 대표인 金씨의 자금지원을 받아 지난달 4일 울산시에 네번째 공장 설립신청을 냈다.

울산시 창업지원계 박재균 (朴在均.42.6급) 씨 등 직원들은 이전 공무원들과 달랐다. 南씨가 모르는 업무에 대해 창업지원 컨설팅회사에 직접 알아봐 창업절차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사업자등록증 발급을 미루는 세무서에 전화를 걸어 "지금이 어느 땐데 사소한 문제로 기업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느냐" 고 따졌고, 수시로 南씨의 사무실과 집으로 전화를 걸어 업무처리 상황까지 알려주었다.

지난달 13일 南씨는 꿈에 그리던 공장설립허가가 남에 따라 전하동에 조그만 공장을 빌려 앰프.스피커 생산에 들어갔다.

울산 =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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