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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안문 기습시위 틀어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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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천안문 사태 20주년인 4일 중국 당국은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 일대에 공안(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광장 인근의 인민대회당과 첸먼(前門)대가 등에도 정·사복 경찰관과 보안요원이 대거 배치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와 별도로 당국은 천안문 사태 관련 인사들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당시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의 딩쯔린(丁子霖·72) 대표, 베이징대 학생으로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王丹·40)의 어머니 왕링윈은 가택연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안문 사태의 재평가를 주장하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은폐를 폭로했던 고급 군의관 장옌융(蔣彦永·77)도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다.

천안문 사태 당시 시위대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당시 공산당 총서기의 유가족이 사는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 골목에도 보안이 강화됐다. 최근 홍콩에서 천안문 사태 관련 자오의 회고록 발간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바오퉁(76)을 비롯한 자오 전 총서기의 측근 인사들도 공안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 당국은 홍콩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추모행사와 자오 전 총서기 회고록의 중국 대륙 유입을 적극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단속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퇴폐적이고 저속한 인터넷 사이트 추방을 내세워 6000여 사이트를 이미 폐쇄시켰다.

언론에 대한 은밀한 통제도 이뤄져 전국 주요 도시에서 미국의 CNN과 영국 BBC방송이 천안문 사태 20주년 관련 보도를 낼 때마다 TV 화면 송출이 중단됐다. 해외에 망명 중인 왕단이 “천안문 민주화 운동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흰옷을 입자”고 제안한 뒤 인터넷에서 동조 움직임이 포착되자 당국은 흰옷 착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베이징대학 소식통들이 전했다.

◆홍콩에서는 15만 명 집회=이날 밤 홍콩 섬 빅토리아공원에서는 15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2시간여 동안 대규모 촛불집회를 가졌다. 검정과 흰색 셔츠를 입은 시민들은 “천안문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재평가와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사태 당시 시위 지도부 핵심 인사 중 한 명이었던 슝옌(45)이 참석해 “천안문 사태는 중국 정부의 주장처럼 반혁명 폭동 세력이 아니라 1919년 중국 반봉건 민주혁명인 5·4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민주화 운동”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인 모두가 궐기해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에는 빅토리아공원에서 천안문 사태 관련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민주화를 위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또 홍콩 천주교 평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신도 수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의 민주화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한편 홍콩대 등 홍콩 시내 8개 대학생들도 이날 오전부터 학교별로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갖고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홍콩·베이징=최형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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