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자극적 문화에 취해가도 깊은 독서·사색으로 중심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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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재윤(左)·황수연(中) 학생이 신경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문화계는 ‘엄마 신드롬’이 한창이다. 영화도 연극도 ‘엄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다. 출판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엄마를 부탁해』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의 저자 신경숙(46)씨가 지난달 31일 본지 학생기자들을 만나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신경숙 작가만의 고유한 색깔’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내 소설 속에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에요. 저는 이것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돼 있는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그걸 발아시켜 꽃을 피우는 사람이겠죠? 적어도 내 소설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독자들은 세상을 따뜻하고 온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싸안는 정서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청소년들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 매체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이 먼저 눈에 띄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죠. 세상이 다 자극적인 것에 취해 있을 때 나는 오히려 깊은 독서를 한다든지 느리게 걸으며 사색에 빠져보는 것도 의미있지요.”

-청소년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책읽기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책읽기가 얼핏 보면 영상보다 영향력이 적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영화 한 편을 볼 때 그 시간은 그냥 흘러가버리는데 책읽기는 첫장부터 이해를 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잖아요. 나만의 균형감각과 사고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이 있나요.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사람의 글을 심사하다 보면 많이 읽지 않고 쓰는 기술부터 배운 글은 표가 나요. 앞에 조금 잘 쓸 수는 있겠지만 글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해요. 많이 읽어야 비유도 막힘 없이 풍부하게 할 수 있고 글을 쓰는 방식도 정립이 되죠.”

-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나는 청소년들이 모범적이고 제도 속에서 성실해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위험해 보이는 것이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봐요. 그 위험한 상태를 잘 인도해 주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몫인 거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자유로움이 허락되면 좋겠어요. ”

이재윤(한양대 사회과학부1),

황수연(경기외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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