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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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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5일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최모(2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최씨를 16일 불러 재수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가 지난 5월 군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오모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을 내리는 등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또 현재 전국 법원 1, 2심에 계류 중인 200여건의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 대한 재판도 재개돼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북이 분단돼 있어 불안정성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따라서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양심의 자유는 국가의 법 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돼야 하는 만큼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의 인정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권에 관한 사항이므로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특례를 주지 않고 형벌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지 않고, 종교적인 차별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는 대법관 12명이 참여했다. 대법관 6명은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을 통해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강국 대법관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때에는 양심의 자유가 존중되고 보장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유지담 대법관 등은 "자신의 종교적 양심상 결정을 지키고자 하는 자에 대해 무조건 병역의무를 강제하기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01년 11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4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양심=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양심'이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의 가치적.윤리적 판단 등을 뜻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란 용어에서 '양심적'이란 '착하다''순수하다'라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며 자신의 인생관 등에 따라 결정했음을 말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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