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올 부실채권 100조 내년 금융공황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금융기관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내년에 금융권 대출여력이 97년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해 금융공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향후 5년간 67조원이 필요하며, 정부가 향후 10년간 재정에서 매년 7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업.빈곤대책에 들어가야 할 돈까지 감안하면 해마다 12조~13조원의 재정지출이 필요한 셈이다.KDI는 올해말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국내총생산의 25%인 1백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서울.제일 등 부실은행은 액면가 (5천원) 이하의 가격에라도 서둘러 매각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 기아 등 부실기업이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는 한 대외신인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기아와 한보를 6개월내에 제3자에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KDI는 22일 이같은 내용의 '경제구조조정과 위기극복 종합대책' 보고서를 마련,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보고했다.

엄봉성 (嚴峰成) KDI부원장은 "경제가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 이라며 "부실채권 규모로 볼 때 재정지원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그동안 말만 무성하고 제대로 안되고 있다" 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97년말 은행의 자기자본은 25조원이었으나 부실채권 증가로 내년에 자기자본이 10조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제2금융권도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대출여력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자기자본이 납입자본에 못미치는 은행에 대해선 감자 (減資) 하고, 자기자본비율이 4% 이하인 부실은행에 합병을 명령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에 대해선 오는 9월부터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되 부실금융기관은 제3자 인수 또는 청산하는 한편 무차별로 대출을 줄이는 금융기관도 즉시 영업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면 경제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1%에서 2000년부터는 5~6% 수준을 회복하고 환율도 1천2백원대, 금리는 10%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구조조정이 늦춰지면 경제성장률이 2000년 이후에도 2~3%에 머무르고 실업률은 8%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