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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사들의 살아남기 몸부림]돈 안되는 신인연기자 '정리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IMF한파가 화려한 연예계라고 비켜 갈 리는 없다.지난해만 해도 하늘 모르게 치솟던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급락한 것은 물론이고 가장 큰 수입원이던 CF모델료는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지난해까지 1년 전속에 2억원 이상이던 특 A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그 절반인 1억~1억3천만원 수준. 1년에 3백만~1천만원 정도의 출연료만을 받던 신인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가외수입이었던 사인회.지방업체의 광고모델.카탈로그 촬영에서 나오는 수입은 전혀 없는 것으로 치는게 낫다.

이에 따라 연기자를 발굴육성하고, 이들의 관리를 대행하는 1백여개의 군소 매니지먼트 업계는 이번 한파에 가장 큰 희생자 중의 하나다. 각 방송국의 PD들은 연기자 섭외를 위해 알고 있던 전화번호를 돌리면 결번일 경우가 늘었다고 전한다. 아예 상당수가 망해 버린 것이다.

현재 비교적 규모가 큰 매니지먼트 업체는 약 20여개. 5~10여명의 연예인을 데리고 있는 이들 업체도 살아남기 위해 비용절약에 열심이다.

전도연.권민중.이본 등 상당수의 스타급 연기자와 신인 등 12명의 연예인을 데리고 있던 매니지먼트 회사 'IS201' 의 경우 현재 5명으로 소속연예인을 줄였다.이번에 정리한 7명의 연기자들은 대부분이 신인. 차량 유지비.접대비.의상비 등 스타급 연예인들과 똑같은 정도의 비용이 드는 반면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하는 신인들이 정리된 것이다.

최진실.박중훈 등 특 A급의 스타가 소속돼 있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직접 발굴한 신인의 경우 회사와 연예인 당사자가 프로그램 출연료와 CF출연료를 모두 합쳐서 4대6, 3대7으로 나누어 가지지만, 스타급들의 경우 단위가 큰 CF출연료만 1대9, 2대8로 배분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CF불경기에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수입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5명의 소속 신인탤런트를 2명으로 정리한 '월드파워' 매니저 황경수씨는 "자동차도 대형에서 중형으로 바꿨다.

접대비를 줄이기 위해 PD들도 되도록 이면 오후2시에서 4시 사이에 만나려고 한다" 며 갖가지 비용절감 방법을 귀띔했다.한편, 불황에 따른 매니지먼트 업계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일본 매니지먼트 업체가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할만한 일이다.

'백기획' 의 백남수 대표는 "3천명 가까운 소속연예인을 보유하고 신인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수행하는 일본의 '덴쓰' 사와 '스카이 코퍼레이션' 이 현재 국내 시장을 노리고 접근 중" 이라며 "막대한 자본을 가진 일본업체가 들어오면 수공업식으로 진행되는 우리 나라의 매니지먼트 업계는 완전히 일본업체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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