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지노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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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이 짝짓기와 몸집 불리기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카지노업계 3위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는 업계 최대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를 52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15일 전했다. 두 '공룡'의 합병은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마무리된다.

하라스 관계자는 "업계 2위 MGM 미라주가 지난달 맨덜레이 리조트 그룹을 48억달러에 인수해 최대 업체로 떠오르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협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박산업 재편의 불씨는 9.11테러가 댕겼다. 2001년 뉴욕 테러 이후 카지노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져 카지노.호텔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한 것. 시저스만 해도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을 정도로 고초가 심했다.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하라스는 미국 전역에 54개의 카지노를 거느린 '도박 왕국'으로 우뚝 선다. 연간 매출은 100억달러, 종업원수는 9만6000명에 이른다. 이로써 하라스는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에서 더욱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애틀랜틱.튜니카.미시시피 등 군소 지역 카지노 시장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반독점 소송의 역풍도 예상된다.

인수.합병 소식에 시저스의 주가는 급등하고 하라스 주가는 소폭 떨어졌다. 하라스가 40억달러 가까운 시저스 빚을 떠안은 영향으로 풀이됐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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