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관련 사회단체 잇따라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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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항상 경해 와십주. 그 사람덜! 우리 같은 사람덜 가슴이 다 뭉그러져분 다음에랑 말 들어주젠 햄신지…. (항상 그래왔죠. 우리들 가슴이 다 문드러지고 난 뒤에나 들어주려고 하는지…. )" 반백년동안 흐르던 제주섬사람들의 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다.50년전 제주섬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던 4.3 - .이곳 사람들은 '국민의 정부' 출범을 보며 '통곡없이는, 한숨없이는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는 한라산 구석구석에서 숨져간 그 망령들' 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지난 3일 열린 도민합동위령제에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진상조사특위를 구성, 대표단을 보낼 때만 해도 그런 기대는 현실성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도민들 사이에선 또다시 탄식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진상조사특위를 구성, 특별법을 제정하고 제주도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이 어쩐지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여.야는 지난 15일 선거법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무회담을 거쳐 4.3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국회내 진상조사 특위구성을 '준비소위원회' 구성으로 대체했다.

말이 '준비소위원회' 지 사실상 당리당략 싸움에서 4.3문제는 뒤켠으로 팽개쳐진 셈이다.이에 제주범도민회.사월제공동준비위원회.50주기 제주4.3학술문화사업추진위원회등 제주도내 사회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있다.

한마디로 '역사바로세우기' 를 부르짖으면서도 4.3을 홀대했던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얘기다.반세기가 지나고 새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정확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당시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그 시절 붙여진대로 그저 '빨갱이' 로 남겨두는 것이 진정 온당한 일일까.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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