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항 진입도로 제대로 안갖춰 이용객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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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공항공단 청주지사는 요즘도 수시로 청주국제공항 이용객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는다.진입도로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서둘러 공항을 개항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

이들은 모두 공항입구 교통체증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다며 무책임과 졸속을 질타한다.얼마전 제주출장을 가려던 대전의 모방송국 간부는 오전8시30분발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6시10분쯤 대전에서 출발, 50분만에 청주시 남단의 미평동에 도착했으나 북쪽 끝의 공항까지 1시간반 가량 걸리는 바람에 끝내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출발 20분전 탑승을 완료하도록 돼있는 약관에도 불구하고 탑승마감시간을 5분이상 늦추고 있으나 매일 비행기를 놓치는 사람이 2~3명씩 생긴다.그러나 청주공항 입구의 교통체증은 올해 안에도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96년 2월 시작된 청주 (주중동 성모병원앞)~공항~오창간 (총9. 7㎞) 17번 국도 6차선 확.포장 공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시행청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해안에 청주~공항간 4.5㎞ 구간만이라도 개통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1월 충북도와 함께 건교부에 2백78억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66억원만이 확정됐을 뿐이다.

설사 공항까지 6차선도로가 연내 개통되더라도 공항~오창간 도로가 미개통된 상태에서는 청주~공항구간의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게다가 공항 진입 편의를 위해 중부고속도로 오창인터체인지가 연내에 신설될 예정이나 이마저도 제기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 공항입구까지 연결도로 (2.8㎞)가 시공을 맡은 토지공사의 예산부족으로 연내에 개통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 개항에 앞서 지난 95년부터 연계도로망 확충을 위해 관계당국에 예산확보 및 적기개통을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도로망이 미비하다보니 당초 이용객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됐던 대전.충남권 및 경기도 남동부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이에 따라 청주국제공항은 개항 8개월만에 일본 오사카.나고야와 사이판,괌 등 4개 국제노선이 모두 폐지되고 국내선 가운데 부산 노선도 없어져 제주노선만 하루 두편 운항하는 등 사실상 '동네공항' 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문기 (柳文基) 전 공항공단 청주지사장은 "외국은 공항을 건설할 경우 도로 등 기반시설을 사전에 모두 갖추는 게 상식" 이라며 "7백51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준공한 중부권 거점공항이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지금이라도 서둘러 연계도로를 개통해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토공 충북지사 관계자는 "갓길 정비 등 완벽한 준공은 아니더라도 부분개통해 차량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 이라며 "이를 위해 추경에서 소요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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