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레오나르도 다 빈치전 오늘부터 예술의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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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레 오나르도 다 빈치 (1452~1519) .그는 신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듯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손꼽힌다.그가 남긴 '모나리자' 는 회화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 중세 성화 (聖畵)가 비잔틴시대 도상 (圖像) 을 따라 그린 것과 달리 윤곽선을 흐리게 하는 스푸마토기법과 색채 명암에 의해 원근을 나타내는 키아로스쿠로기법을 써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육체를 표현해낸 게 그의 '모나리자' 다.

'회화는 모든 과학에 앞선다' 고 했던 다 빈치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물에 대한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면서 관심영역을 넓힌 재능인이었다.그래서 그의 전기작가들은 화가 이외에 조각가.건축가.발명가.수학자.식물학자.해부학자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름으로 그를 묘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예술가들의 평전 (評傳) 을 남긴 바자리는 그를 '용모도 탁월했으며 재능있는 사람답지 않게 관용이 넘쳤고 힘도 셌다' 고 쓰고 있다.

그런 만능의 천재 다 빈치가 걸어온 길이 국내에 소개된다.21일부터 6월14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 (02 - 580 - 1234)에서 열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 이다.

중앙일보와 SBS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다 빈치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천재 다 빈치의 업적을 과학자.발명가.예술가로 나누어 보면서 21세기를 앞둔 우리가 '다 빈치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시다.

소개작품은 전세계 주요 박물관과 개인소장가 작품 중에서 엄선한 회화와 조각.소묘.자필원고 그리고 모형 등 2백54점. 완벽한 다 빈치에게 유일한 흠은 너무 빨리 샘솟는 아이디어를 뒤쫓느라 하던 일을 미완성인 채로 내팽개친 데 있다.그 때문에 그가 남긴 회화 작품은 전세계를 통털어도 10점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순간순간 머릿속의 스치는 생각을 옮겨놓은 자필원고는 8천여 점이 남아있다.

따라서 국내전시에도 그의 회화는 스위스 개인 컬렉터 소장품인 '암굴의 성모' 와 제자들과 함께 그린 '옷을 입은 천사' 등 몇 점 안된다.그러나 뛰어난 관찰로써 회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던 다 빈치의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로 영국 윈저궁 내 왕립도서관에 소장된 그의 소묘 55점이 소개된다.

조각으로는 '젊은 그리스도의 흉상' '밀랍 기마상' 이 전시된다.

다 빈치의 진품이 적은 대신 그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영향을 받았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르네상스시대 거장 (巨匠) 들을 비교.감상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뺄 수 없는 볼거리가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거울에 비춰야 글씨가 바로 보이는 경상 (鏡像) 문자로 쓰인 '코덱스 아틀란티쿠스' 는 다방면에 걸친 그의 천재성을 집약해 놓은 자필원고다.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빈치미술관이 이 원고를 따라 만든 비행기와 자동차 등 모형 36점이 소개된다.

다 빈치는 생전에 '자연의 제자' 를 자처하면서 '실험을 통해 확증되지 않은 지식을 가진 이론가를 경계하라' 고 가르쳤다.이 전시를 기획한 독일의 국제문화교류협회 오토 레체 박사도 다빈치의 가르침을 '세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관찰' 에서 찾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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