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무경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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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순봉의원 79표, 강삼재의원 72표!" 20일 오후 2시간30분간에 걸친 한나라당 총무경선은 결선투표의 7표차 승부로 열전의 막을 내렸다.

이 경선은 한나라당의 원조 (元祖) 라 할 수 있는 80년 민정당 창당 이래 18년만에 처음. 그래서인지 의원들은 흥미와 흥분 속에서 '야당 하는 맛' 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경선의 압권은 후보 4인의 정견발표. 후보들은 선명성을 경쟁하듯 옥타브를 높여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여권을 성토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후보는 다른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순봉 (河舜鳳) 의원은 최대 라이벌인 강삼재 (姜三載) 의원의 이미지가 '강성 대여 (對與) 투쟁가' 임을 겨냥해 "무조건 강경한 총무가 아니라 얻어 낼 것은 얻어 내는 실리 (實利) 총무가 되겠다" 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자 姜의원은 "약한 총무는 강해질 수 없지만 강한 총무는 유연해질 수 있다" 고 응수하면서 河의원이 비당권파의 단일후보임을 꼬집어 "당선되면 탈계파를 선언하겠다" 고 공약했다.

제정구 (諸廷坵) 의원은 자신을 '소수파의 대안' 으로 홍보.

경선의 최대화제는 김호일 (金浩一) 의원의 익살성 웅변. 나중에 8표를 얻은 그는 "나는 5선급 재선" "당선되면 상임위원장의 30%를 초.재선에 할애" "딸들이 종이학 1천마리를 접어 줬다" "姜후보가 되면 우리 당은 YS 일색" 이라며 15분 동안 마구 쏟아 내 장내에 폭소와 박수가 여러번 터졌다.

○…1차투표 결과 河의원이 姜의원에게 10표를 앞섰지만 과반수를 못 얻자 관심은 諸.金의원의 20표가 어디로 갈까였다.

諸.金의원은 결선투표전 특정후보 지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河의원은 姜의원을 공격했던 金의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표불참자는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과 최형우 (崔炯佑).노승우 (盧承禹.이상 와병중).조웅규 (曺雄奎) 의원, 그리고 사퇴서를 낸 최병렬 (崔秉烈) 의원이다.

○…당선된 河의원과 낙선한 3인은 모두 손을 잡고 화합과 승복을 과시해 첫 경선은 합격점이라는 평을 얻었다.

河의원은 당선연설에서 상기된 얼굴로 낙선자들을 일일이 거명했다.

특히 최후까지 겨뤘던 姜의원에 대해 "격변기에 당을 지키는 등 당에 대한 그의 애정에 경의를 표한다" 고 깍듯이 인사했다.

"단합을 위해 한마디 하라" 는 요구를 받고 단상에 오른 姜의원은 "河총무를 적극 돕겠다" 면서도 "나는 홀로 싸웠다" 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다.

박승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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