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대왕의길' 15일 첫 방송…영조·사도세자의 갈등 그린 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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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 에미가 누구여. 중전마마 다음가는 빈이여. 여자팔자는 뒤웅박팔자라 그랬구먼. " '조선왕조5백년' 시리즈 이후 7년여만에 선보이는 'MBC표' 사극 '대왕의 길' (극본 임충.연출 소원영) 은 사극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단 2회 출연하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 (김영애) 의 이같은 대사도 단적인 예. 성은은 입었으되 천한 무수리 출신이라 손발은 여전히 거칠고, 행동거지는 촌스럽고, 그래서 아들에 대한 가식 없는 애정표현에 정겨운 여자임이 단박에 드러난다.젊은 날의 영조 (박근형)가 암살자들에게 쫓기는 숨가쁜 장면을 핸드헬드 (들고찍기) 카메라로 찍어낸 역동적인 기법이나, 인원왕후 (김용림) 의 치마폭에 숨어서 목숨을 건지는 장면은 역사 속의 인물에게 생생한 핏기가 돌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태생과 왕위등극과정에 대해 극심한 열등감에 사로 잡힌 아버지 영조. 그 맞은편에 혈기방장하고 아버지의 권위에 결코 주눅들지 않는 아들 사도세자 (임호) .그러나 흡사 '리어왕' 이나 '햄릿' 같은 인물설정으로 무게를 내비치던 드라마는 훗날 파란의 주인공이 되는 문나인 (윤손하) 의 호색한 오빠 (권용운) 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토속 에로물처럼 흘러간다.극에 재미를 주려는 것임은 짐작하지만, 앞으로 궁중과 사가.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내면 사이를 종횡무진 오갈 드라마 전반에서 일관된 색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89년 KBS드라마 '하늘아 하늘아' 에서 이미 혜경궁 홍씨 (홍리나) 의 시각으로 영조시대를 다룬 적이 있는 임충 작가는 "궁궐도 사람 사는 곳" 이라면서 "사건만 있고, 박제된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을 그리는 드라마를 만들겠다" 고 말한다.앞으로 영.정조시대를 절반씩 다루게 될 이 드라마의 기획자 이병훈 제작위원 역시 사도세자를 소재로 89년 MBC '조선왕조5백년 - 한중록' 을 연출했었던 경력이 재미있다.

이들이 KBS '용의 눈물' 을 계기로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극인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20대 출연자의 말마따나 "어려서부터 치마저고리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세대를 새로이 붙잡을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첫회 15일 밤9시55분.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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