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대중·김종필·박태준 공조관계 재정립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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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연합공천을 둘러싼 여권의 갈등은 봉합됐다.하지만 큰 숙제가 하나 생겼다. DJT (김대중.김종필.박태준) 공조 관계의 재정립 문제가 그것이다.

처음 갈등은 DJT 3자간 마음이 잘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특히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의 불만이 컸다.金대통령도 그걸 잘 알았으므로 최기선 (崔箕善) 인천시장을 자민련에 주기로 하는 등 양보했다.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JP의 불만이 단순히 연합공천 문제에서 싹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박태준자민련총재도 기분이 안좋은 상태다.연합공천 문제에 JP가 개입함으로써 책임관리자의 한계가 노출된 탓이다.

金대통령으로선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공동정부의 존립기반은 DJT연대에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청와대는 JP가 金대통령과 朴총재 사이에 합의된 공천 결론을 반대한 까닭을 세가지로 보고 있다.하나는 총리서리체제 지속에 대한 불만표출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도 "총리서리체제를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은근히 즐기고 있다" 는 등의 JP측 불만을 알고 있다.JP가 연합공천 문제를 튼 것도 '서리' 딱지를 빨리 떼도록 하라는 일종의 시위로 청와대는 해석한다.또다른 하나는 정계개편에 대한 불만도 쌓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내각제 관철을 염두에 둔 金총리서리는 한나라당의 의석 과반수 점유상태를 빨리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하지만 金대통령은 무리한 개편엔 소극적이다.

마지막으론 JP가 자민련 '오너' 는 자신임을 국민회의나 자민련에 재확인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다.그런 만큼 청와대는 JP의 불만을 해소하고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동시에 朴총재 입장과 체면도 고려해야 하므로 묘안을 짜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金총리서리의 金대통령에 대한 주례 '보고' 를 金대통령과 朴총재의 주례 '회동' 과 같은 방식으로 바꾸고, 배석자 (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 도 없애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형식적인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며 부인했다.

그는 "행정에 관한 것은 대통령 - 총리 (서리) 관계를 유지해 나가되 정치문제는 대통령과 그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앞으로는 중요 정치사안을 매듭지을때 JP를 소외시키는 일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金대통령은 그간 朴총재만을 상대했던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에게 수시로 JP를 찾아가 의논토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청와대는 朴총재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金대통령의 중요 파트너로 대접, 허세 (虛勢) 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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